한때 110P이상 하락… 사이드카 발동
"우량주도 안심 못해" 투자자들 불안감 고조
'검은 화요일'은 장(場) 시작 전에 이미 예고돼 있었다. 개천절 연휴로 국내 증시가 하루 쉬는 동안 유럽과 미국 증시가 2~3%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미국 제2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부도설이 불거지면서 유럽 위기가 미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시장을 짓눌렀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증시 개장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코스피 지수는 예상대로 전주 말 대비 4.7% 떨어진 1686.22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계속 낙폭을 키우면서 장중 한때 110포인트 이상 하락,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갔다.
외국인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코스피가 급락하자, 유가증권시장에선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은 45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공포가 지배하던 증시 분위기는 증시 마감을 20여분 앞두고 다소 호전됐다.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 대량 매수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오전 내내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를 지속하다, 주가 폭락이 계속되자 오후장에서 '사자'로 전환해 24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3.46포인트(3.6%) 급락한 1706.19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종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계속된 금융시장의 불안과 주가 하락에 어느 정도 내성(耐性)이 생겼다고 믿었다가 또 한 번 강펀치를 맞았기 때문이다.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에 나온 50대 남성은 "지금은 대형 우량주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지난달 매수한 대형주 주가가 40% 빠져버려 최근 1년간 번 돈을 모두 날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사 영업장 분위기도 싸늘했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8월 이후 수차례 나타난 급등락에 투자자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라며 "손절매하기엔 이미 때를 놓친 것 같고 저가로 매수하기엔 여전히 불안해 좌불안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중엔 이날 폭락 장세를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공격적 행태를 보인 이도 적지 않았다. 대형 카드사 A차장은 "요즘 주식시장은 1700 밑에서 사서 1700 위로 올라갈 때 팔면 수익이 나는 박스권 장세"라며 "오전 내내 과다하게 떨어진 업종 대표주들을 정신없이 주워 담았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사는 60대 주부 노모(63)씨는 "저축은행이 위험해서 돈을 뺐는데 어디에다 넣을까 고민하던 중에 주가가 폭락했다고 해서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포 속에 싹튼 저가 매수 심리로 이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5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는 섣부른 저가 매수 전략보다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중국이 발표한 제조업구매자지수가 3개월 연속 부진하게 나오는 등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중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유형의 위기가 터져나올 수 있는 만큼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 비중은 낮추는 보수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중 대폭락장이 펼쳐진 우리나라와 달리 이날 아시아 다른 나라 증시는 보합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5%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0.48% 올랐다. 중국 증시는 휴장했다.
'경제 > 증시 현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인, 한국 주식 너무 싸 팔기 어렵다고 말해 (0) | 2011.12.08 |
---|---|
선물 매도는 현물 매도에 앞선 선행매매 성격이 강하다 (0) | 2011.11.25 |
[증시전망] 美경기부양책 공화당 반응 주목 (0) | 2011.09.12 |
뉴욕 증시, 주요 경제지표 잇따른 부진에 5일만에 하락(종합 (0) | 2011.09.02 |
미국 증시, 지표 혼조 속에 하락 (0) | 2011.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