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주식

30개월 수익률 123% 올린 자문사 대표 서울대 교수

30개월 수익률 123% 올린 자문사 대표 서울대 교수

"폭락장도 하나의 잡음일 뿐"…"로스컷에도 원칙과 철학을 세워라"

 

"8월 한달간 우리도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코스피가 이 기간 중 약 12% 떨어졌는데 운용 자금 손실 수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폭락장이라고 무조건 파는 것은 비이성적 판단이 결부된 섣부른 행동이지요. 급락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큰 노이즈에 불과합니다."

서울 관악산 아래 자리잡은 서울대학교 캠퍼스. 이 안에 투자자문사 한 곳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도 경영대나 경제학과가 아닌, 컴퓨터 연구소 빌딩 안이다. 그 흔한 증시 전문가는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별종 투자자문사는 80억원의 수탁고로 지난 2009년 2월 중순에 시작해서 올해 8월말까지 123%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8월 폭락장을 포함해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58%였으니 지수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낸 것이다.

◆ 증시 전문가는 한명도 없어

거시 경제 전문가나 업종별 스페셜리스트가 없이도 어떻게 이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옵투스투자자문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컴퓨터 전문가들이다. 알고리즘 전문가인 문병로 컴퓨터 공학부 교수를 필두로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최적화`된 투자 방법인지 찾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투자 알고리즘을 도출한다. 나머지는 알고리즘에 따른 기계의 몫이다.

이와 유사한 형태가 바로 현재 월가 주식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다. 국내에서 최적화 이론에 근거한 알고리즘 투자방법론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는 자문사는 옵투스투자자문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문병로 교수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로직을 옮겨심는 방식의 알고리즘 투자는 가장 초보적인 형태"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기계가 전략을 결정하는 방식에 비하면 알고리즘 투자라 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 급락 예측은 중요하지 않다

문병로 교수는 8월 급락을 예상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예측 자체는 투자 수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말이다. 문 교수는 "우리의 초점은 예측이 아닌, 대응에 맞춰져 있다"며 "계량화된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 기계적 대응만이 장기 수익을 얻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폭락했다고 무조건 손털고 나오는 것 또한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급락시 추가 손실을 막는 수단으로 거론됐던 로스컷(loss cut)도 계량적인 판단이 서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문병로 교수는 "우리의 로스컷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된다"며 "십년 이상의 주식 시장 데이터를 놓고 분석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로스컷 전략을 도출해 실행하는 데다가 특정 비율 이상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로스컷은 손실을 확정짓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 단기 급락은 좀 큰 `잡음`에 불과

문 교수는 "세계 경제는 결코 허약하지 않다"며 "8월 급락장과 같은 상황은 중장기 관점에서 주식 시장을 지켜볼 때 비교적 큰 잡음에 불과할 뿐 투자 방법론 자체를 뒤흔들만한 요소는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고도 편하게 잠들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운용사의 경우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단타 투자가 결합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비해 옵투스투자자문은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문 교수는 "감정에 휘둘리게 마련인 사람이 투자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 운용전략, 패턴 등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장기 투자하는 것이 결국 시장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의 전문 분야는 포트폴리오 최적화이지만 현재 패턴 분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캔들 등 일반적인 차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패턴이 아닌,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가 보이는 동향과 종목의 내재 요소들간의 관계가 보여주는 특정한 흐름을 파악해 투자 방향을 결정짓는 것이다. 고객 계좌에는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말 시험 가동을 시작한 이래 수익률 27%를 기록해 동기간 코스피 상승률 9%보다 3배나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병로 교수는 이제 주류 증권가에서도 알고리즘 투자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 증권사와 함께 사모펀드 모집에도 나설 예정이다. 문 교수는 "향후 2~3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착한 다음 해외로 나갈 것"이라며 "최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