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이 외국인 매도 공세를 연일 받아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폭락장에서 기관이 가장 많이 산 종목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장 수호`를 자임하고 나선 연기금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대거 흡수, 지수 방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연기금 등 기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1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급락세를 거듭했던 지난 2~9일 사이 기관은 기아차(2480억원), POSCO(2383억원), LG화학(1612억원), 하이닉스(1313억원), 롯데쇼핑(1275억원), 삼성전자(1247억원), 현대중공업(1203억원), KT(1105억원), NHN(900억원), 금호석유(691억원) 등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관은 KB금융(1412억원), 대우조선해양(1053억원), LG(979억원), 삼성중공업(829억원), LG전자(485억원), LG디스플레이(448억원), OCI(405억원), 한진중공업(402억원), 삼성증권(284억원), GS(270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전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관은 총 2조5386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2517억원 팔아치웠다.
사상 최대 프로그램(PR) 매물 폭탄이 쏟아졌던 전날에도 기관은 우량주 위주로 저가매수에 나섰다.
전날 기관은 현대중공업(362억원), 엔씨소프트(139억원), 삼성화재(130억원), NHN(119억원), 현대건설(115억원), LG전자(114억원), 고려아연(112억원), CJ제일제당(108억원), 코오롱인더(97억원), SK C&C(91억원) 등을 사들였다.
증권가에 따르면 기관의 매수 종목은 상당부문 올 상반기 시장을 이끌었던 `차화정`에 몰리고 있다. 이밖에 IT, 조선, 철강, 유통 등에도 매수세가 골고루 분산돼 있다.
특히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9일 사이 연기금은 1조8668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주가 상승을 이끌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 증시의 추가 급락을 억제할 만한 힘은 지녔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남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이 많이 깨진 상황에서 연기금이 주식을 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심리적 공포 수준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는 도움을 줄 매수주체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김의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술적 보조지표들은 코스피의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상도강도지수(RSI)와 120일 이격도는 8월 9일에 각각 19.7과 86을 기록하면서 코스피가 매우 강한 과매도 국면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가 계속될 경우 연기금 등 기관 매수로만 지수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많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지수 급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잘하고 있지만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며 "추가로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응(2013년까지 초저금리 유지)이 긍정적이나 첫 단계에 불과해 아직은 추가적인 신호를 기다릴 때"라며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한계점이 노출돼 중국 정부의 반응과 미국 정치권의 행보가 보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이에 대한 추이를 보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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