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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세계경제 길을 잃다] 한국 증시, 외부에 취약한 '5대 요소' 모두 가졌다


[Q&A로 풀어본 주가 출렁이는 이유]
① 신흥시장이면서 ② 무역의존도 크고 ③ 금융 개방도 높으며
④ 자유변동환율제 시행 ⑤ 과거에 금융위기 경험
칠레·필리핀, 자본유출입 제한… 대만은 환율 적극 관리해
한국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투자 자유화 조치 계속해 자본 쉽게 드나드는 나라로

10일 코스피 지수가 7거래일 만에 소폭이나마 반등으로 돌아서며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코스피는 하루에도 수백 포인트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고, 이에 따라 많은 개인 투자가들은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국 주식 시장은 왜 이렇게 변동성이 큰 것일까. 의문점을 Q&A로 정리했다.

―한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정도인가.

▲ 미국 국채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이 한국 주식시장이었다. 전 세계 증시가 하락한 8월 2일 이후 한국 증시는 지난 9일까지 17.07% 하락했다. 이는 다우존스(-7.3%), 상해종합지수(-6.6%), 닛케이지수(-10.2%), 대만가권(-13.9%) 등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이처럼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큰 원인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 큰 원인은 높은 금융 개방도다. 외국인의 투자가 활발해질수록 자본 유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0년 초 기준 한국의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은 39.7%로 영국대만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무척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은 남유럽 위기 영향으로 유럽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생기면 회수가 간편한 한국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환율의 영향도 있지 않나.

▲ 주가지수는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위기가 발생해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손실을 본다. 예를 들어 달러당 환율이 1000원일 때 1100만원어치 주식은 달러 기준 1만1000달러로 평가된다. 하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1100만원어치 주식은 주가가 그대로라 하더라도 달러 기준 1만달러로 가치가 떨어진다. 외국인들은 이를 손실로 인식하고 환율이 급등하면 주식을 내다 판다. 그리고 이는 외국인들의 달러 환전 수요로 이어지면서 다시 환율을 급등시키고 주식 매도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 한국은 외채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위기가 터질 때마다 환율이 오르고 이것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 신흥시장 포함 ▲ 높은 무역의존도 ▲ 높은 금융시장 개방도 ▲ 자유변동환율제도 시행 ▲ 과거 금융위기 경험 등 크게 5가지 변수에 해당할 경우 외부 변수로부터 취약해진다. 이에 따라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칠레, 대만, 필리핀을 분석해 보면 유독 한국만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각각 안전장치를 하나 이상씩은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5가지 요소 모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칠레의 경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자본 유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행태에도 큰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선물 옵션 등을 동원한 투기세력이 적극 개입돼 있다는 의심이 많다.

▲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시세를 적극 추종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외국인들은 전날 거래량의 40~60%를 다음날 같은 방향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100주를 팔았다면 다음날 40~60주를 파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들이 한번 매도를 하기 시작하면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장기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외국인들은 주가를 기반으로 하는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주가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현물 주식시장보다 높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면 지속적인 하락세에 베팅해 현물 시장 주가까지 떨어트린다. 선물 옵션 거래액은 현물 시장의 5배에 달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척 크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동성이 심해졌는가.

▲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주식 투자 한도 완화, 변동환율제도 시행 등 전면적인 자유화 조치를 도입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하면서 조지 소로스 등 헤지펀드들의 의견을 많이 참조했다. 헤지펀드들은 자신의 활동에 유리한 조치를 대폭 건의했고 이것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 조지 소로스는 외환위기 직전 원화 대량 매도 공격을 한 바 있어 '한국에 병주고 약준다'는 비아냥이 있었다. 한국은 결국 자본이 오가기 가장 쉬운 나라 중 한 곳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