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에서도 中기업 불투명성 도마…주가도 휘청
- 글로벌 헤지펀드·자산운용사 쓴맛
- 비관론자들 “당연한 결과…中기업은 버블 그 자체”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외국 증시에서도 골칫거리다.
중국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다가 상장 폐지나 거래 정지로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헤지펀드 거물인 폴슨앤코의 존 폴슨 회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도 쓴맛을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재무와 영업 활동에 대한 불투명성은 전 세계 증시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탓에 주가가 갑자기 미끄러지거나, 증시에서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증권감독국은 변칙적으로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회계 조사에 착수했다.
◆ 피델리티ㆍ폴슨 등 '큰손'들도 中 기업 투자 손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올 3월말 기준으로 베이징에 있는 롱톱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의 지분 14.5%를 갖고 있다. 피델리티는 '피델리티 어드바이저 글로벌 캐피털'과 '피델리티 어드바이저 미드캡 2'를 통해 이 회사가 지난 2007년 상장했을 때부터 지분을 확보했다. 이 외에 헤지펀드 마버릭 캐피털과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도 각각 지분 9.8%와 4.6%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롱톱 파이낸셜의 주식은 SEC의 회계 조사와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외부 감사가 줄줄이 사임하면서 지난달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에 40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주가는 거래 정지 이전까지 18.93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피델리티의 지분 손실은 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폴슨의 헤지펀드는 캐나다 증시에 상장된 시노 포레스트 코프의 주식 14%를 갖고 있는데, 이 회사의 주가도 지난 한 해동안 70% 가량 급락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서 지난주 공매도가 발생, 낙폭은 급격히 확대됐다. 헤지펀드 칼라일과 뱅가드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는 차이나 애그리테크는 회계 부정 의혹으로 지난달 20일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의 주가도 상장 폐지 직전까지 한 해 동안 40% 가까이 급락했다.
이쯤되면 '잘 알고 투자했냐'는 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투자 실패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피델리티 대변인은 "우리는 투자할 때 매우 엄격하게 분석한다"며 "아시아에 수십년간 투자해왔고, 여태까지 투자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캐피털 IQ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는 세계 1, 2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뱅가드그룹, 헤지펀드 시타델,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스, 칼라일, 오크트리 등이 포함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와 같은 미국 최대 투자은행 뿐 아니라 미국 최대 공공 연금 펀드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펀드(캘퍼스)도 고객을 대신해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
◆ 美 SEC, 우회상장 중국 기업 회계 조사
중국 기업의 불투명성을 우려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부 중국 기업의 회계와 공시를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12개가 넘는 곳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SEC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에 역합병(우회상장)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세부 위험 요인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상장은 피인수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주로 이용되는 합병 방식으로, 피인수 기업이 존속기업이 되고 실제로 인수한 기업은 소멸된다. 통상 인수한 기업이 존속기업이 되고, 피인수 기업이 사라지는 것과 반대여서 ‘역합병’이라고도 불린다. 피인수 기업은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생략하고 상장사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조사에서,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초 사이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한 중국 기업은 159개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들어온 기업보다 세 배 가량 많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우회상장한 기업(603개)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 비판론자들 "처참한 투자 결과는 예고된 것"
중국 투자 비판론자들은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처참한 결과를 맞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중국의 몰락(The Coming Collaspse of China)'이라는 책을 펴낸 고든 창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전통적인 거품'이라고 지칭하면서 "중국 기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사람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먼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체가 거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틴 휘틀리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중국을 ‘투자세계의 새로운 닷컴’이라고 부르며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경고했다. ‘새로운 닷컴’은 1990년대 말 미국 증시를 휩쓸었다가 2000년대 초 거품이 꺼진 인터넷 주식 붐(닷컴 붐)에 빗댄 것으로, 중국 기업 주가에 엄청난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휘틀리 위원장은 홍콩을 포함해 해외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의 문제점으로 외국 규제 당국이 제삼자로부터 기업에 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WSJ는 "휘틀리 위원장의 발언은 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회계부정과 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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