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연봉 6500만원 받아도 자녀 둘 대학 보내는데 2400만원 이상 들어
부산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52) 부장의 연봉은 6500만원. 우리나라 1800만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1위부터 마지막 순위까지 나열했을 때 상위 20% 안에 든다.
하지만 김씨의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 등록금 때문이다. 김씨가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료를 떼고 받는 실제 소득은 약 5800만원이다. 이 중에서 두 아들의 등록금(1인당 연 750만원씩, 연간 총 1500만원), 두 아들이 함께 사는 원룸 주택 월세(월 45만원, 연간 총 540만원), 책값(1인당 월 15만원, 연간 총 360만원) 등에 연봉의 40%(약 2400만원)가 들어간다. 밥값과 교통비로 월 30만원씩을 더 보태줘야 하지만 이 돈은 두 아들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다. 김씨는 "퇴직이 임박했지만 내 노후생활은 준비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8519달러(구매력평가기준)로 미국·일본·영국 등 조사대상 11개 나라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대 등록금 역시 4717달러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소재 34개 4년제 사립대 중 20개의 연간 평균 등록금이 800만원을 웃돈다. 의대가 있는 경우 1인당 평균 등록금이 900만원에 육박했다. 대학 등록금은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한 이후 급등했다. 2001년만 해도 인상률이 4.9%였던 국공립대 등록금은 2002~2008년까지는 매년 7.4~10.3%씩 올랐다.
이에 사립대들도 매년 5.1~6.9%씩 등록금을 인상했다. 정부가 대학 운영의 자율권을 주겠다며 도입한 제도였지만, 등록금의 가파른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2006~2010년 물가가 16% 오른 데 비해 국공립대 등록금은 30.2%, 사립대 등록금은 25.3% 뛰었다.
지금까지 두 번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3·경기도 포천시)씨는 “등록금 부담과 대출 상환에 쫓기다 보니 내가 공부를 하러 대학에 온 건지 빚을 갚으러 대학에 온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빚까지 내가며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선진국 학생들과 비교해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1년에 학생 1명을 위해 투입하는 교육비 대비 1인당 등록금 비율은 95%로, 일본(48%) 영국(30%)의 2~3배를 웃돌고 있다.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대학 재원 중 대학생 등록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기형적 재정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소위 ‘반값 등록금’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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