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와 더딘 회복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 궤도에 접어들었지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주택 시장은 유독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9일 로이터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더블딥(침체 후 회복했던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것) 징후들이 보이며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의 추이를 분석하는 케이스 실러란 주택 지표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3월 미국 주택 시장이 더블딥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겨울을 지나고 나서의 계절적 영향으로 볼 수도 있고 가격 하락 추세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 20개 대도시의 단독주택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S&P-케이스 실러 지수는 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 가격이 언제 바닥을 칠 것이냐는 질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주택 가격이 20년간 계속 하락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2006년 정점 이후 이미 5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며 "가격 하락 추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S&P가 주최한 주택 세미나에 참석한 실러 교수는 올 초 밝혔던 "주택 가격이 10~25% 더 떨어져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반복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주택 시장 침체가 일본에서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추세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1980년대 호황을 구가했던 일본 주택 시장은 1991년 정점에 달한 이후 15년간 계속 값이 내려갔다고 그는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부의장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옐런 부의장은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주택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주택 시장이 회복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주택 시장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생각하기 어렵다"며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은 전날 발표한 베이지북을 통해 "임대를 제외하고 지난달 주택 건설과 부동산 부문은 여전히 광범위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경기 동향 조사를 종합해 발표한 보고서다.
옐런 부의장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약 200만채의 주택이 비어 있는 것과 저가 주택 판매가 성행하는 것이 주택 가격이 낮은 한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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