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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지펀드가 온다]② "도입 필요…규제 병행해야"

(인터뷰)이호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헤지펀드 도입 필요…다양한 투자수단 갖춰야”
“위험해? 알려진 것보다 변동성 적어”
“규제 찬성…사전 등록 하되, 운용 노하우는 보장해야”

이호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첨단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를 언제까지나 막아둘 순 없지요.”

이호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선비즈 창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대안 투자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는데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해서 이를 못하게 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어차피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헤지펀드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며 “헤지펀드 관련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놓고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헤지펀드 모형 만들기에 나섰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터라 이것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황. 이에 국내 몇 안되는 헤지펀드 전문가인 이호진 교수에게 헤지펀드 정책의 운영과 규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 캑스턴(Caxton Associates)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국내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헤지펀드를 연구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당시 자문을 했으며 현재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헤지펀드 관련 TF에 참여하고 있다. 명지대 경영대학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헤지펀드 도입해야 하나.
“나는 관련 법 제정때부터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사람이다. 헤지펀드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유동성 공급이다. 파산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킨다든지 해서 필요한 곳에 자금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대안투자다. 국내에도 첨단을 지향하는 투자수단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다.”

-헤지펀드가 일반 뮤추얼펀드와 어떻게 다른가.
“상품운용은 뮤추얼펀드와 같은 공모펀드와 비슷하다. 주식, 통화, 파생상품, 채권, 원자재 이런 상품들을 담는다. 회사내 조직도 비슷하다. 관리자, 애널리스트, 매니저, 위험관리 다 있다. 대신 49인 이하의 사모로 운용되고, 무엇보다 헤지펀드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차입에 따른 레버리지, 공매도 이런 것에 있어 규제에서 자유롭다. 다만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좀 더 강화됐다.”

-‘헤지펀드는 위험하다’는 식의 견해가 적지 않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실증적 분석을 해보면 헤지펀드 수익률의 변동이 주식시장이나 뮤추얼펀드의 변동성보다 작다. 파산율도 높지 않다. 물론 일부 데이터베이스의 왜곡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걸프전이나 아시아 금융위기, 러시아 채무불이행 등 굵직굵직한 변수가 있었을 때의 헤지펀드와 일반 주식시장과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헤지펀드가 훨씬 안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 만큼 위험하진 않다.”

-헤지펀드를 규제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 헤지펀드는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나니 적당한 규제가 있어야겠다 싶더라. 극단적인 자유는 안된다.”

-어떤 식의 규제가 바람직한가.
“미국에서 2006년 한시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에 대해 등록의무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보니 등록의무과가 부과 됐을 때 문제 없는 펀드들이 운용자산 규모도 많고 수익률도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등록의무는 당연하다고 본다. 그래야 어떤 사람들이 운용하는 지 알게 된다. 다만 운용을 투명화해라 이런 요구가 있던 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예전에 미래에셋이 사면 따라사는 투자패턴이 있었다. 결국 투자전략의 상관관계가 1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청산도 같이 하게 돼 주식시장의 변동성만 커진다. 운용전략은 그 헤지펀드만의 노하우라 보는 게 맞다.”

-운용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나.
“시장조사기관들을 이용하면 된다. 데이터베이스 기관에서 수익률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대형 헤지펀드들은 관련 내용을 보고 할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같은 금융당국의 역할도 크다. 또 최근 들어 연기금 같은 공적기금 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같은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시역할을 하면 된다. 헤지펀드에 돈을 대주는 프라임브로커(Prime Broker)도 헤지펀드를 감시할 수 있는 한 수단이다.”

-프라임브로커는 대부분 글로벌 IB들이다. 헤지펀드 도입시 결국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계의 놀이터가 되는 것 아닌가.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에 신용을 제공하거나 공매도에 필요한 증권을 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첨단 금융기법을 할 줄 아는 금융사가 골드만삭스나 모간스탠리 같은 글로벌 IB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국내 프라임브로커 시장을 장악할 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첨단 서비스를 언제까지 열어두지 않을 것인가 하는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금융산업이 초기단계이니 정부가 규제하고 보호해서 외국계 발을 못붙이게 한다? 과연 이것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나오는 펀드상품, 혹은 자문형 랩이 헤지펀드의 과도기적 단계라는 평가가 있다.
“지금 아시아 지역의 헤지펀드 70%가 주식 관련 상품이다. 랩 상품도 마찬가지다. 이는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 투자대상과 저변의 다양화 측면에서 지금 주식 위주의 랩 상품은 헤지펀드처럼 파생상품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는 수수료가 비싸지 않나.
“운용보수는 일반 뮤추얼펀드와 비슷하다. 다만 절대수익률을 넘는 부분에 대해 성과보수라 해서 많게는 40%까지 떼어 간다.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과연 재간접 형태인 헤지펀드가 과연 ETF나 다른 뮤추얼펀드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고액자산가 입장에선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투자자 몫이다.”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 즉 봉급 생활자나 예금 가입자도 헤지펀드를 활용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자산배분 차원에서 활용하면 된다. 25%는 적금하고, 50%는 일반 펀드하고 나머지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헤지펀드형 재간접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