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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글로벌 뷰] 칸 총재의 공백…그리스의 운명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4일(현지시각)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리스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칸 총재의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그리스는 큰 우군(友軍)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지난해 유럽연합(EU)과 IMF로부터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극심한 침체와 줄어들지 않는 부채 때문에 그리스가 내년까지 국제 채권시장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추가 금융지원, 채무 재조정 등 다양한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총재가 15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 출두했다.

◆ 칸 총재, 그리스 추가 긴축 “안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은 그리스가 긴축정책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강력한 긴축정책의 결과로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4%까지 떨어졌고 실업률은 16%에 육박한 상태. 그리스 정부는 추가 긴축정책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칸 총재는 그리스 정부가 긴축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그리스의 편을 드는 것이다.

독일을 주축으로 한 EU 지도자들은 그리스에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을 반대하며 그리스가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그리스가 내년에 국제 금융시장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그리스가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들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그리스가 조건에 분명히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자력으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게 돼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해져도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리스가 언젠가는 자금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긴축정책이 곧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 조치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칸 총재는 그리스 정부가 시행 중인 긴축재정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며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해왔다. 칸 총재는 지난 17일 그리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민이 강력하게 (긴축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이 그리스 노조원이었다면 똑같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대의 야니스 바로파키스 교수는 "그리스 정부는 IMF가 수장을 잃게 되면 그리스의 편을 들어줄 목소리가 줄어들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급 불능 상태인 국가에 고(高)금리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침체에 빠진 나라는 긴축정책을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기본적인 경제학적 이론이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민심은 돌아선지 오래다. 지난해 그리스 정부가 연금 개혁, 급여 동결 등 긴축을 제안할 때도 그리스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키며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테네의 노숙자 수는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 그리스 위기, 거론되는 대책은…

그리스가 현재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대략 4개로 압축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로버트 바리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EU·IMF의 금융지원을 유지하되 초기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그리스가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 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그리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속도를 높여 공공부문 부채를 빨리 낮추는 것”으로 첫 번째 방안과 병행해서 도입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그리스의 기존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인데 EU 북유럽 국가들이 그리스의 추가 긴축 결단 없이는 채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그리스의 희생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지난 3월 EU·IMF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상환기간을 3년에서 7년6개월로 연장하고 이자율을 1%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한 적 있다.

네 번째가 “헤어컷(채무탕감)을 통한 채무 재조정”이다. 이 경우 그리스의 채권을 가진 다른 나라까지 신용위기가 확산할 위험이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안이다. 채무 재조정에 대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 정부도 반대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6일(현지시각)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채권국들이 그리스의 부채를 완화해주기 위한 방법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비롯한 독일 경제학자들은 그리스가 결국 채무 재조정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도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민영화 계획에 속도를 높이고 긴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한편 로이터는 6월 말에 EU 집행위원회(EC) 회의가 열릴 때까지는 그리스의 위기 대처법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