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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스마트폰·태블릿PC 때문에… PC가 운다

빅3 모두 마이너스 성장
소형 노트북이 가장 큰 타격, 작년대비 판매량 40%나 줄어… HP·델 등 가격 인하 비상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부상하면서 PC업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세계 1~3위 PC업체들의 올 1분기 PC 출하량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소형 노트북 PC의 매출은 1년 만에 40%가 줄어들었다. PC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태블릿 PC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PC의 날개 없는 추락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6분기 만에 전년대비 감소세(-1.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가트너는 1분기 PC 출하량이 3% 증가하리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 역시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 성장(-3.2%)했다고 밝혔다.

두 남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손에 들고 서울의 한 지하철역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가 보급되면서 소형 노트북PC의 매출이 급감해 기존 PC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 제공

PC 시장 세계 1~3위인 HP··에이서 모두 1분기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줄었다. 특히 에이서는 최근 "2분기 출하량이 1분기 대비 10% 또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PC업계 추락의 주된 원인은 태블릿 PC 열풍이다. 인터넷 서핑·게임 등 PC에서 하던 일들을 조작과 휴대가 간편한 태블릿 PC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태블릿 PC를 구매한 소비자 중 35%가 "PC를 이전보다 덜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태블릿PC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5888만대가 팔릴 전망이다. 가장 타격이 심한 것은 소형 노트북 PC(넷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세계적으로 1분기 넷북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 대비 40%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리서치 사라 엡스(Epps)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태블릿 PC 판매량이 넷북 판매량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 비상 대응 나선 업계

PC업체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PC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일시적인 위기 상황을 다양하게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주력 제품이 다른 경쟁 제품으로 대체되는 '근본적인 위기'라는 진단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에이서는 CEO인 지안프랑코 란치 사장이 사임하고 J.T. 왕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란치 사장은 2004년 취임해 아시아 지역의 강자였던 에이서를 세계 2위 글로벌 PC 제조업체로 끌어올린 주인공. 그러나 태블릿 PC 시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결국 자리를 물러나게 됐다.

왕 회장은 아예 태블릿 PC 사업을 새 법인으로 분사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럽,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PC 판매가격도 내리기로 했다.

미국 HP 역시 최근 PC 출고 가격을 낮춰 6월까지 재고 소진에 들어갔다. 애플도 PC 산업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PC(매킨토시)용 반도체 부품업체를 인텔에서 저가(低價)·저전력 설계가 특징인 ARM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 주변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PC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제조하는 AMD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슬론, 페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25% 낮추기로 했다. 1분기 PC용 운영체제(OS) 매출이 감소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태블릿 PC용 운영체제(윈도8)와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제이 추(Chou) IDC 애널리스트는 "PC업체들이 이전처럼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스펙) 경쟁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PC가 태블릿 PC 이상의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