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매장량 감소 추세… 유가 더 오를 것"
"DMZ 농경지 사두고 싶어… 통일이후 한국 기대"
"미 국채는 팔 것… 올해 연말 이전 조정 겪을 것"
딸들 중국어 교육 때문에 싱가포르로 이주하기도
“요즘도 은 젓가락으로 쌀밥을 먹습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Rogers)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말이다. 그의 식단과 식습관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은과 곡물에 투자할 것을 권해온 그의 지론을 그는 이렇게 돌려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 대가라고는 하지만 은값이 요즘 폭삭 주저앉은 터라 약간의 의문이 든다. 하지만 최근 조선비즈와 가진 이메일ㆍ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줄곧 올랐던 은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것에 대해 별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게 뭐 어쨌단 거죠? 아직 은값은 31년 전보다 10%나 싼 걸요.”
로저스에게는 ‘세계 금융시장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명이 있다. 모험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 세계를 일주한 경제 모험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1990~1991년 오토바이를 타고 첫 세계 일주에 나서 52개국을 누비며 달린 거리는 10만4600km(지구 둘레의 두 바퀴 반). 1999년에는 특별 제작한 노란색 벤츠를 타고 3년간 116개국 24만㎞를 여행했다.
올해 예순아홉인 로저스는 요즘도 해외여행을 자주 한다. 현재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사는 그는 이달에만 네 건의 외국 강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도 그가 비행기를 타는 사이사이 이뤄졌다.
로저스가 원자재와 더불어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투자 대상은 바로 중국이다. 젊은 시절 월스트리트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하며 이름을 떨친 그가 2007년 싱가포르에 정착한 것도 딸에게 어려서부터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세계 경제의 미래가 중국과 중국어권 국가들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위안화를 사둬야 하는 거죠.”
-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던 은값이 급락했습니다. 여전히 은에 투자할 것을 권하시나요.
“그게(은값 하락) 뭐 어쨌단 거죠? 최근 은값이 떨어진 건 거래 증거금이 많이 인상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은값 상승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은값이 지난 9~10개월간 상당히 많이 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31년 전과 비교하면 은값이 여전히 10% 정도 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얘기죠. 앞으로 10년간 은값은 더 오를 겁니다.”
- 금값이 앞으로 10년 내에 온스당 2000달러를 넘을 거라고 전망하셨는데. 귀금속 강세가 이어질까요.
“그렇습니다. 여러 번의 조정을 겪겠지만 귀금속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겁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할 때 은값이 금값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입니다.”
- 원유 가격도 1~2년 새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유가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지금까지 알려진 원유 매장지의 매장량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새로 발견되는 유전도 드물죠. 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의 안전성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도 지금 수준보다 더 오를 겁니다.”
- 원자재 투자를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세계 경제가 성장하고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 원자재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3년 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요가 무너지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낼 겁니다. 이 경우에도 원자재 가격은 오르겠죠. 이게 바로 제가 원자재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 월스트리트의 금융인이 아닌 농부가 람보르기니(고급 스포츠카)를 타는 세상이 올 거라고 말한 적이 있으시죠. 농업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농산물 부족 현상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사람도 부족하죠. 미국 농부의 평균 연령은 57세입니다. 10년 후에 그럼 누가 농사를 짓고 있을까요. 이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농산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요. 더 나은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죠. 저는 주로 21개 농산물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로저스농업지수에 주로 투자하고 있어요.”
- 전에 한국 비무장지대(DMZ)에 투자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는데.
“아직도 비무장지대에 농경지를 사두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남북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하면 좋은 투자가 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저는 외국인이니까 별로 가능성이 없겠죠. 통일 이후의 한국이 기대됩니다.”
- 중국 경제와 중국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가요. 중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요.
“모두가 중국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중국은 성장했습니다. 중국의 앞날은 밝습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미국 정부와 다르게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경제성장률을 약간 양보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일단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도 있죠. (성장) 도중에 잠시 후퇴하는 때도 잦겠지만 저는 중국이 진정한 경제 대국이 될 날이 머지않다고 생각합니다.”
- 중국이 계속 성장하는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선 엄청난 저축률을 꼽을 수 있겠죠. 수십년간 인위적으로 억눌려진 채 아직 본모습을 보이지 못한 기업가 정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중국인의 구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중국인의 소비력 증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중국은 구리와 같은 원자재를 포함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원자재를 수입할 겁니다. 물론 최상의 명품도 함께 말이죠. 그러니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엄청난 성장 시장인 중국에 큰 기대를 할 수밖에요. 외국으로 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느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중국인들은 앞으로 수년간 전 세계 관광업계를 뒤흔들어 놓을 겁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은 더 커지겠죠.”
- 위안화가 수십년 내에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통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 아이디어를 저한테서 얻은 걸 아나요? 미국 달러화를 곧 대체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위안화가 유일합니다. 저는 주로 원자재와 외환에 투자하는데, 그중에서도 위안화를 선호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안화를 사두려고 합니다.”
- 오래전부터 중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그 때문에 싱가포르로 이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 만다린을 가르치세요. 싱가포르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제 딸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우길 원해서였죠. 제 첫째 딸은 지금 8살인데 세 살 때부터 중국어를 가르쳤어요. 둘째딸도 마찬가지입니다. 딸들이 자라면 저에게 고마워할걸요. 언어를 알면 중국의 정치와 문화, 경제에 대해서도 더 친숙해질 겁니다.”
- 중국과 다르게 미국의 앞날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하시던데. 왜인가요.
“미국의 부채가 어마어마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달러화를 무한정 찍어내면서 달러화 약세도 장기적인 추세가 됐습니다. 미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1800년대를 지배했던 영국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보세요.”
- 연준의 2차 양적 완화가 오는 6월 종료됩니다.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분간은 그들이 채권 매입을 중단할 겁니다. 그러겠다고 여러 번 말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들은 뭔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다시 채권을 사들이겠죠.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돈을 더 찍어내기도 할 겁니다. 누군가는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니까요. 내년이 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겠죠.”
- 미국 주식과 국채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미국 국채는 팔 생각입니다. 미국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마 올해 연말 이전에 조정을 겪게 될 겁니다. 미국 이외 지역에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권합니다.”
- 일본은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공급망 와해와 전력 부족과 같은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이 이번 재난을 극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시나요.
“적어도 잠깐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경제의 장래가 밝지 않습니다. 일본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부채는 급증하고 있으니까요.”
◆ 짐 로저스
27세이던 1969년 조지 소로스(Soros)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업한 헤지펀드 투자가다. 1980년 은퇴할 때까지 그가 운용한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3365%에 달한다. 예일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 가지고 있던 600달러는 은퇴할 때 14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은퇴 후 컬럼비아대에서 금융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두 번의 세계 일주를 통해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98년 8월 선보인 원자재인덱스 펀드는 출범 이후 350%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불인차이나’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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