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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도 돈벌기 힘든데… 개미들 환투기까지 나서

FX마진거래 1년만에 갑절로… 계좌 90% 원금 까먹은 '깡통'

'나도 와타나베 부인처럼 환율로 돈 좀 벌어볼까.'

최근 세계적으로 환율이 급변동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외환 투기거래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키움증권이 개최한 'FX (외환·Foreign Exchange) 마진 거래' 설명회에는 100여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5명 중 1명꼴로 여성이고, 절반 이상은 거래 경험이 없는 초보자였다.

FX 마진 거래는 2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환차익과 금리 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기성이 강한 파생상품으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이 주로 하는 환 투자 방식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의 보통 주부들이 외환시장에까지 뛰어들어 시장을 흔들어 놓자 등장한 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매달 200~300개의 계좌가 신설되고 있다"며 "외환거래 시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밤 시간을 이용하려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 268억달러였던 FX 마진 거래 규모가 지난 3월 약 2배인 567억달러로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투자 규모가 폭증했을 당시(월 500억~70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이다. 인터넷에는 1만명 이상 가입한 FX 마진 투자 관련 카페가 여럿 개설돼 있다.

2009년 7월 금감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그해 1~5월 FX 마진거래 금액의 99%인 358조원이 개인투자자의 거래였다. 이 거래는 증거금 5000달러(약 550만원)만 있으면 그 20배인 10만달러까지 거래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이 3%만 돼도 실제 수익금은 20배인 60%가 되는 셈이다. 상한가나 하한가도 없다. 반대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손실이 20배로 커진다.

그러나 대박의 꿈은 멀기만 하다. 2009년 금감원 조사 결과 전체 6000여개 계좌의 90%가 원금을 까먹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중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개인의 손실 금액은 449억원에 달했다.

반면 법인이나 금융기관의 투자는 3조7000억원 정도였는데 손실은 6억원에 불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FX 마진 거래는 '유로화와 달러' '엔화와 달러' 등 외국 통화 2개의 흐름을 분석해야 해 개인 투자자에겐 매우 어려운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