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삼성 견제' 확산
인텔·도시바·엘피다 등 신기술·제품 양산 계획 내놔…
'삼성 최대 고객' 애플도 부품 가격 낮추기 위해 반도체 시장 경쟁 부추겨
세계 반도체 업계가 혈투(血鬪)에 들어갔다. 인텔·엘피다·도시바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일제히 신기술과 신제품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애플도 부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반도체 업계의 경쟁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은 반도체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해 온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힘을 합칠 태세여서 삼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타도! 삼성전자" 인텔·도시바·엘피다 협공 나서
2000년대 초만 해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일 뿐, 다른 사업영역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태블릿 PC 열풍에 맞춰 사업 영역을 모바일 CPU(중앙처리장치) 등으로 확장하면서 세계 1위 인텔과의 점유율 격차를 5% 안쪽으로 줄였다.
- ▲ 애플과 인텔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왼쪽)와 폴 오텔리니. /블룸버그뉴스
이렇게 되자 경쟁사들이 일제히 '삼성 견제'에 들어갔다. 선봉은 세계 1위 반도체업체 인텔이다. 컴퓨터 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만들던 인텔은 삼성전자의 주 사업영역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미국의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최근 회로 선폭(線幅)이 2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작은 공간에 더 촘촘하게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반도체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휴대폰·게임기·디지털카메라 같은 휴대용 전자제품의 저장장치로 주로 쓰인다. 이 분야 1위인 삼성전자는 현재 27나노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인텔은 연말부터 미국·싱가포르 공장에서 20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해 삼성을 앞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도시바도 미국 샌디스크와 손잡고 19나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해 하반기부터 양산한다고 공개했다. 일본 엘피다 역시 세계 최초로 25나노 D램을 개발해 7월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현재 30나노급 D램을 생산 중이며 25나노 제품은 연말에나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기술의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기술이 지난 4일 발표된 3차원(3D) 반도체 기술이다. 인텔은 "3D 반도체는 평면형으로 설계해온 기존 반도체보다 전력소모량이 절반으로 낮아지고, 성능은 38%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애플 "삼성전자 부품의존도 줄인다"
삼성에서 제일 많은 반도체를 사가는 애플도 삼성을 견제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부품 단가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5월 초쯤 봄 협상을 마무리하지만, 아직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높아지는 '삼성전자 의존도'를 우려해 삼성전자와의 협상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애플이 삼성 대신 인텔이나 대만 TSMC에서 휴대폰용 CPU(모바일 AP)를 공급받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잇달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통 새 AP 개발에 1~2년이 걸리므로 애플이 당장 공급선을 바꾸지는 못한다"면서도 "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다른 업체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62억달러(약 17조5000억원)의 반도체를 구매해 삼성전자·델을 제치고 세계 2위 반도체 구매기업으로 떠올랐다. 내년에는 HP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휴대폰용 CPU·메모리 등 핵심 반도체 부품은 거의 삼성에 의존한다. 올해 애플 아이패드 2 납품으로만 삼성전자는 16억달러(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할수록 이익인 애플로서는 다른 반도체 업계의 삼성 견제가 싫을 리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의 반도체 기술이 불량률이나 양산 시점에서 앞서 있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 인력 300명이 애플과 반도체를 공동개발할 정도로 반도체 개발이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언제든지 애플은 공급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스티브 잡스(Jobs)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제로 애플 PC에 기존 IBM·모토로라 CPU 대신 인텔 CPU를 탑재키로 해 세계 반도체 업계를 경악케 했다는 것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만 D램 업체를 비롯한 삼성 경쟁자들이 1분기 적자를 내며 대부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애플 입장에서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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