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네프 /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 |
개인투자자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업계에선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투자대가 3인방으로 불린다. 그는 64년부터 95년까지 윈저펀드를 운용해 5550%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총 수익률은 250%에 불과해 존 네프의 운용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케 한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주간지 ‘베런스’가 매년 주최하는 ‘라운드테이블’은 펀드매니저라면 평생 한번쯤 초대받고 싶어하는 행사였다. 존 네프는 33차례 열린 행사에 26번 초청됐는데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그와 함께 가상대담을 나눌 이는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주식형펀드’는 설정 1년 6개월 만에 75%가 넘는 수익률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25%포인트가 높다. 2008년 6월 말 설정 이후 그해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3%나 떨어졌지만 펀드 손실률은 16%에 그쳤다. 강세장이나 약세장에서 모두 성과를 낸 셈이다.
황성택 사장 : 당신의 놀라운 운용실력은 잘 알려졌죠.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당신을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뽑았다는 사실에 존경을 표합니다.(95년 미국 포춘 설문조사)
존 네프 : 운용원칙을 일관되게 지켰다는 점을 평가받은 것 같아요. 잘 아시겠지만 저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삽니다. 조금이라도 헷갈릴 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 지표를 활용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저PER공략가(Low Per Shooter)’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저PER 종목은 덜 떨어지고 더 오릅니다. 싼값에 살 수도 있고요. 기업을 찾는 건 쉬워요. 신문의 경제면에서 신저가를 기록하거나 안 좋은 뉴스로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종목을 삽니다.
황 사장 : 저평가 종목을 산다는 점에서 당신을 가치투자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워렌 버핏이나 존 템플턴과 다른 점이 뭔가요?
존 네프 : 차이가 있다면 워렌 버핏과 존 템플턴은 상대적으로 싼 종목을 고르는 ‘상대적 가치투자자’라고 할 수 있죠. 반면 저는 PER를 기초로 무조건 싼 종목을 고르는 ‘절대적 가치투자자’입니다. 시장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목표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어쩌면 시장과 대결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변에서 위험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를 따라가서는 결코 투자에 성공할 수 없어요.
황 사장 : 당신의 이름을 붙인 이른바 ‘네프의 공식(Neff formula)’은 여전히 펀드매니저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존 네프 : 매우 간단하지요.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해당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을 더해요. 그 뒤 현재의 PER로 나누는 것인데요. 저는 이 수치를 총회수율(Total Return Ratio)이라고 부릅니다. 이 총회수율이 2를 넘지 못하면 투자 후보에서 제외하지요.(박스 기사 참조)
황 사장 : PER로 저평가 종목을 고르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다른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경기순환주의 비중이 큽니다. IT 등 일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나 종목은 PER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아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런 경우 PER뿐 아니라 기업 이익의 장기 성장성,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다른 수익지표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 네프 :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좋은 기업을 찾을 때 투자 원칙을 단순화하는 데 초점을 뒀지요. 저는 연평균 7% 성장하는 기업 가운데, 장기 성장성을 보고 향후 5년간 이익을 추정해 낮은 PER 종목을 골랐습니다.
황 사장 : 저도 안정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했거나 이익이 눈에 보이는 큰 기업은 5년을 추정합니다만, 5년 뒤를 내다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이 경기에 민감한 경우가 많아 3년을 내다보기도 어렵지요. 또 과거에 비해 요즘 경영환경이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요. 당신은 배당도 중시하셨지요?
황 사장 : 당신의 투자원칙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듯합니다. 가치가 오를 종목을 찾는다는 점에선 똑같겠지요. 다만 저는 싼 주식을 찾기보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냐, 가치가 오를 것이냐를 판단합니다. 우선적으로 7% 이상의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고릅니다. 고성장 업종 중에선 가장 경쟁력 있거나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되, 특정 스타일에 편중되지 않도록 합니다. 투자위험을 관리할 때는 주가변동이 아니라, 기업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떨어졌느냐를 파악합니다. 단순한 주가 변동이 있어도 기업의 기초체력에 변화가 없다면 계속 투자하는 것이지요. 다만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면 주저 없이 매도합니다.
존 네프 : 매도시점에 관해선 똑같군요. 저 역시 기업의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무너졌거나 주가가 목표치에 근접했을 때 매도합니다. 잠깐 시장 얘기를 해볼까요?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입니다만 주식시장은 큰 변동이 없네요. 황 사장은 한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황 사장 : 2분기까지는 별 변동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오를 겁니다. 세계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하고 있고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한국 주식은 싼 편이고 비(非)달러화 자산 수요가 커져 외국인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 물론 유럽국가 리스크, 중국과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국내 펀드 환매 등의 악재가 있습니다만, MSCI 선진국 편입 등의 호재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사들일 것으로 봐요. 연기금과 퇴직연금도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고요.
존 네프 : 향후 1년 정도를 내다봤을 때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무엇입니까?
황 사장 :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차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차를 주목합니다. 국외 자회사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리스크도 개선되고 있어요. PER가 낮다는 관점에서 당신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종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유망합니다. 경쟁사 대비 6~12개월의 선행투자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기도 하고요. 금융주 중에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9%인데, PBR가 0.7배에 불과한 하나금융을 선호합니다.
M&A를 통한 은행업계 재편의 중심에 서 있고, 내수경기가 회복되면 신용위험도 줄어들어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밖에 한미약품과 현대중공업을 주시합니다.
네프(Neff)의 공식이란
배당수익률+이익성장률 / 주가수익비율(PER)
존 네프의 투자성공 비결은 싼 주식을 고르는 것이다. 간단한 수식을 활용했다. 소위 네프의 공식은 해당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을 더한 다음 현재의 PER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한 수치를 총회수율(Total Return Ratio)이라고 불렀는데 이 수치가 2를 넘지 못하면 투자 후보에서 제외했다.
예를 들어보자. 이익성장률이 한 해 30%에 달하는 ‘한국산업’은 시장에서 성장주로 각광받으며 주가가 5만원에 달했다. PER는 30배, 배당수익률은 3%(1년 배당금 1500원)다. 한국 산업의 총회수율은 이익성장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친 33을 30(PER)으로 나눈 1.1이다.
반면 한 해 이익성장률이 10%에 불과한 ‘나라유통’은 시장에서 소외되고 저평가돼 1만원에 거래 중이다. 나라유통의 PER는 5배, 배당수익률은 5%(한 해 배당금이 1500원)이다. 나라유통의 총회수율은 10과 5를 더한 뒤 이를 5로 나눈 3이다.
이 경우 존 네프는 나라유통을 선호한다. 한국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뛰어나도 주가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익성장률이나 배당수익률이 더 높아져 총회수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네프는 30~40%의 이익성장률은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경계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1호(10.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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