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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Weekly BIZ] [ Cover Story] 천재 '도시 경제학자' 글리저 하버드대 교수

"도시는 혁신의 공장이다"
"콘크리트 숲?… 도시는 살들이 부딪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곳"

도시는 악과 빈곤의 소굴로 그려져 왔다. 고아 올리버 트위스트가 소매치기를 하다 붙잡힌 곳은 런던의 뒷골목이었고(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난장이 아버지'가 개발·투기 열풍에 밀려 자살을 택한 곳도 도시였다(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도시는 환경오염·소득불평등 같은 사회문제와도 연결된다. 교통정체와 매연에 지친 도시인은 전원생활을 꿈꾸고, 정치인들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온갖 지역개발 정책을 들고 나온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리저 교수는 "이제 도시에 갖다 붙인 온갖 누명을 벗겨 낼 때"라고 했다. 그는 "도시는 경제성장과 문명의 진보를 이끈,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도 했다. 지난 2월 그가 내놓은 책 제목도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등으로부터 "도시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 정책적 제안을 내놓은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한국에서도 6월 출간된다.

"도시는 혁신의 엔진이다. 가장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도시를 콘크리트 빌딩숲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도시는 사람의 살(flesh)로 빚어졌다. 사람과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협업하는 사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것이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끌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학계에서 '천재'로 통하는 에드워드 글리저(43·사진) 하버드대 교수를 하버드 교정에서 만났다. 스리피스(three-piece) 슈트를 차려입은 키 190㎝의 신사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재킷 사이로 금장 시곗줄이 반짝였고, 구두는 티 하나 없이 완벽했다. 그가 테이블에 손을 올릴 때마다 손목에 달린 커프스 단추가 딸각거렸다. 프랩스쿨(미국 명문사립학교) 시절 이후 28년간 고집해온 차림이다. 그는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뉴욕의 부자동네)에서 태어나 40년 가까이 도시에만 살았다.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가 수두룩합니다. 그 중 하나가 도시 빈곤층의 증가인데요.

"도시가 가난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오는 겁니다. 도시에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니까요. 미국 경제가 긴 침체기에 들어섰던 2009~2010년 맨해튼의 평균 임금은 12%가 상승했어요. 교통·통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가까이 모여 살려고 합니다. 2011년 현재 세계 절반 이상의 인구가 도시 거주자예요. 가난한 나라들도 도시만큼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빨아들이는 에너지, 내뿜는 오염물질의 양도 골칫거립니다.

그는 기자가 신고 간 하이힐을 가리켰다.

"스틸레토 힐(뒤축 높이 10㎝이상의 여성 구두)이야 말로 도시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보여주는 발명품이지요."

―무슨 뜻인가요.

"서로가 가뿐히 걸어갈 거리에 위치해 있으니까요.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자동차를 몰 일도 별로 없죠. 실제로 뉴욕에서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3분의 1도 안 됩니다. 환경론자들이 지지하는 근교화(suburbanization) 얘기를 해볼까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2006년 저희 집은 웨스턴(Weston·매사추세츠주의 교외 부촌)으로 이사했습니다. 40년 가까이 도시에서 살아온 제게는 큰 결단이었죠. 그런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도대체 이 집이 차지하고 있는 땅 넓이면 집이 몇 채나 들어설 수 있는 거지?' 아침마다 전 6시에 일어납니다. 출근길 정체를 피하려고 말이죠. 근교화야말로 생태 재앙입니다. 구석구석 건물을 새로 짓고 에어컨을 돌리며 차로 다녀야 하니까요. 도시에서는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요."


“여성들이 신는 킬힐을 보라
대중교통 발달해 車 몰 필요 없어…
도시는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경제성장과 문명의 진보를 이끈다

사람과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키는 곳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글리저 교수는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동산 버블에 대해서도 기존과 다른 의견을 내놨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2000년대 금융정책의 실패가 집값 폭등을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글리저 교수는 집값 상승을 개발 규제 탓으로 돌렸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라는 것이다.

"금융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 논리라면 미국 전역에서 집값이 상승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 극적인 버블현상을 보인 곳은 보스턴·매사추세츠·샌프란시스코 같은 곳들이었어요. 모두 1970년대 이후 규제가 강화돼, 건물 신축에 필요한 허가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들이죠. 반대로 텍사스나 애리조나주의 경우 정부 규제가 느슨한 덕에 건물 신축이 활발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수요는 치솟았지만 집값이 심하게 뛰지는 않았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그는 '주택 공급'의 문제가 도시의 성격까지 결정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집값이 폭등했던 보스턴·샌프란시스코·맨해튼은 중산층과 젊은이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미국 사회 초(超)엘리트만 감당할 수 있는 '명품 도시'다. 글리저 교수는 "이런 도시의 경제는 부티크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가장 숙련된 특권층만을 위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건강한 도시는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부대끼는 곳이에요.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25~40세들의 진입을 막으면 도시는 혁신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도시가 성장하는 것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공동체가 형성되는 방식까지 바뀌어 버립니다. 개발 규제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누굴까요. 집 소유주들입니다. 공급 부족이 계속돼야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도시라는 공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도시로만 몰려들면 아무리 규제를 풀고 공급을 늘린다 해도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요?

"고층건물이라는 멋진 발명품이 있지 않습니까. 일조권 침해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건물주에게 적정 비용을 내도록 하면 됩니다. 이들이 고도제한을 피해가려고 정치권에 로비하는 대신 세금을 내면, 그 혜택은 시민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파리 같은 곳은 도시 보존을 이유로 엄격하게 개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시내 5000개 보존 대상 건물' 같은 식으로 수를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뉴욕·시카고·파리 같은 도시가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이들 도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인재들이 머물 공간을 계속 공급하고 있었어요. 도시가 위로 솟지(build up) 못하면, 성장은 다른 곳에서 일어납니다."

―미국은 땅이 넓고 대도시가 많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물적·인적 자원이 서울 한 곳에 집중됐어요. 정부는 서울의 일부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대 정치 현안이기도 하고요.

"경제적으로 비용·수익을 잘 따져 접근해야 할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력에 비해 과다한 인프라와 주택을 건설한 도시들은 실패했어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정부가 공간을 재분배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됩니다. 도시의 성공은 작은 기업들과 숙련되고 창의적인 시민집단, 그리고 다양성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의 거대 아이디어·계획 아래 인위적으로 조성된 도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도시·지방 간 격차는 어떻게 줄여야 합니까.

"그게 문제라면 인위적인 도시 건설이나 인프라에 투자하지 말고, 교육의 기회를 넓히는 데 돈을 써야 합니다. 가난한 지역 아이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요.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 뉴올리언스 재건에 2000억달러를 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죠. 하지만 복구 후에 뉴올리언스가 전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도시는 한때 항구도시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지만, 산업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하지 못했지요. 1960년대 이후 계속 인구가 빠져나가는 쇠락한 도시가 돼버렸습니다. 도시 자체도 가난한 시민들을 위해 제 기능을 전혀 못했어요. 도시 재건이 아닌 이 지역 주민들에게 돈이 쓰여야 합니다. 부시가 제안한 돈을 뉴올리언스 주민에게 나눠주면, 1인당 40만달러가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제공

―도시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그런 제안을 하시다니 용감하십니다.

"다들 저더러 한소리 하더군요. 심장(heart)이 없는 거 아니냐고. 카트리나 이후, 다른 도시로 빠져나간 아이들과 뉴올리언스에 남았던 아이들을 비교해봤습니다. 휴스턴 같은 도시로 옮겨간 아이들은 성적이 훌쩍 뛰어올랐죠. 가난한 곳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

―뉴올리언스 얘기를 하셨는데요. 왜 어떤 도시들은 반짝했다 사라지고 어떤 도시들은 계속 번영을 누리는 겁니까?

"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사람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교육시키고, 이들이 섞여 협업하게 해야 살아남습니다. 이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더 그렇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인재는 대개 교육받지 못했지만 똑똑하고 정력적인 기업가들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도시는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더 나아가 변화를 이끕니다."

―예를 들어주시죠.

"뉴욕은 18세기 중요한 무역항 역할을 했고 그 덕에 19세기 중반까지 제조업(설탕 가공, 의류, 출판)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그러나 20세기 교통기술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이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을 통해 축적된 기업가 정신은 죽지 않고 남아 뉴욕을 부활시켰어요. 그 기업가 정신은 '리스크를 감수하라'였죠. 그리고 제조업자의 후손들은 이를 금융산업에 적용했습니다. 이들이 한 장소에 모이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금융상품은 정교해지고 혁신을 거듭합니다. 또, 뉴욕은 출판업이 번성했던 탓에 지적·창조적 아이디어에 대한 욕구가 늘 팽배했지요. 현재 맨해튼 페이롤(payroll·급여 지불 총액)의 40%를 금융서비스 산업이 차지해요. 2010년 맨해튼의 주 평균 급여는 2404달러로, 이는 미국 전체 평균보다 170%가 많은 액수입니다."


뉴욕서 운전하는 사람은 30% 정도
도시는 환경오염 주범이 아니다

금융정책 실패가 집값 올렸다고?
개발 규제 따른 공급 부족이 원인

도시의 성패 가르는 것은 사람…
인위적인 건설·인프라 투자보다
주민 교육의 질 높이는 데 돈 써야


―번영을 누리다 쇠퇴하는 도시들은 어떤 특징을 보였습니까.

"뉴욕의 예에서 보듯 도시는 세상 변화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발명(reinvention)해야 합니다. 디트로이트는 그러지 못했죠. 도시의 재발명은 교육받은 인력, 작은 기업들, 그리고 서로 다른 산업 간 창조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20세기 후반에 디트로이트는 수십만 명의 비숙련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단일 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습니다. 성장의 필수 조건인 다양성과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게다가 제조업 도시들은 교육기관에 절대 투자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실패한 도시가 다시 도약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지요. 일단 '소비도시'로 변신해야 합니다. 고급 인력은 생활의 질과 여가·오락(entertainment)을 중시합니다. 도시가 일종의 테마 파크 같은 곳이 돼야 영리한 기업가들이 모입니다. 둘째, 기업하기 쉬워야 합니다. 창업하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라는 말입니다. 시설 개선도 중요합니다. 디트로이트는 부동산 가격이 저렴하지만, 많은 시설과 건물들이 '여기가 21세기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이런 도시들은 세금으로 새 건물을 짓기보다, 개발업자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도시 공간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도시 재건에 있어 좋은 학교, 양질의 교육만큼 빠른 길은 없습니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리저 교수는“세상 변화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발명하는 도시들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재발명을 이끄는 핵심요소는 교육이다.“ 제조업 중심의 도시들은 교육에 투자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쇠락의 길을 걸었죠.” /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제공

―그렇다면 이미 성공을 맛본 도시들은 어떤 과제를 안고 있습니까?

"제가 교외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가 학교 때문이었어요. 미국 중산층이 도시를 떠나 교외로 나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집값은 부차적인 것이지요. 대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대도시 학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대도시 공립학교들은 교외 학교들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지만 학업 성취도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느라 정신없는 사이, 미국 중상위 계층 아이들은 1급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서울에 와보셨습니까.

"아직. 그런 역동적인 도시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대신 6월에 갑니다. 세계은행에서 주최하는 경제학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요."

―아시아 도시 중 '도시의 성공'을 대표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싱가포르입니다. 지난 40년간 싱가포르는 매년 8%의 성장률을 기록했어요. 세계 최고 수준이죠. 싱가포르는 경쟁력 있는 정부시스템 아래 똑똑한 사람들이 모일 때, 어느 정도의 혁신과 번영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리콴유 전 총리는 자본주의와 정부 주도 산업화를 절묘하게 이뤄냈어요. 의류 제조업에서 전자로, 그리고 생물의학으로 주력 산업을 옮겨갔습니다. 공무원에게 높은 연봉을 주고, 부정부패는 엄하게 다스려 정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어요. 교육에도 엄청나게 투자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기반으로 외국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왜 도시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되신 겁니까.

"부모님 영향입니다. 아버지는 베를린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하고,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후 1963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셨죠. 도시와 건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 건축물들은 개보수돼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록펠러 재단에서 일하다 제가 열 살 때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종종 저를 수업에 데리고 가, 한계효용 같은 미시경제학을 가르쳐주셨죠."

하버드 경제학과 건물인 리타우어 센터(Littauer Center)사무실에서 진행된 글리저 교수와의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는 미국인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빠른 속도로 말을 했다. 문장이 아닌 단락 단위로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지만, 중언부언하지 않았다. 그의 글 쓰는 속도 역시 학계에서 유명하다. 도시경제학뿐 아니라 유권자 투표행태, 분노, 가난, 비만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엄청난 양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뉴욕타임스 경제 블로그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 다작(多作)이되 학계에 논쟁을 일으킨 도발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프린스턴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까지 전 수학, 경제학, 역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그는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하버드에 조교수로 채용됐고 2005년 정교수로 임명됐다). 물리학은 따분했죠. 태양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고요? 어떻게 돌든 무슨 상관입니까. 제 머릿속에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 사람이 어떻게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지 호기심으로 늘 가득했는걸요. 제 연구는 그런 호기심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그의 방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진동했다. 책더미 속,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이곳에서 글을 쓰는 거냐고 물었다.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

"학교에서는 시가를 피울 수 없어서요. 집에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