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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디지털 케이블 1000만 시대? 헛물켰다

내년까지 목표 터무니없어, 정부는 정책 손 놓고 업계는 돈 되는 지역만

2009년 초 케이블TV업계(SO ·종합유선방송사)는 2012년까지 1000만 가구에 디지털 케이블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 말은 정부가 정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및 완전 디지털 전환' 시점이다. 정부의 디지털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작년 말 디지털 케이블 가입가구는 342만 가구에 그쳤다. 목표로 제시했던 '2010년 613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000만 디지털 케이블 시대'라는 목표는 사실상 공수표가 됐고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정책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디지털 케이블(HD채널 기준)은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보다 화질이 5~7배 선명하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검색해 언제든지 시청하는 주문형비디오(VOD)가 가능해 흑백에서 컬러방송으로의 변화 이후 최고의 방송 기술 진화로 꼽힌다.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가입하는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는 2008년 한때 매월 11만 가구에 달하며 가속도가 붙었지만 이후 전환 속도가 떨어졌다. 한상혁 케이블TV협회 국장은 "작년에는 많을 때 매월 7만~8만 가구가 디지털 케이블에 가입했으며 올해는 3만~4만 가구로 줄었다"고 말했다. 케이블망·디지털 셋톱박스 등 투자와 마케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케이블을 제공하려면 케이블망과 디지털 셋톱박스에 수백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면서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 있는 케이블 업체들은 디지털 케이블 보급에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올 1월 부랴부랴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연구반'을 구성했다. 하지만 "연말쯤 돼야 디지털 케이블 보급 방안 등과 같은 정책이 나올 것"(방통위 관계자)이란 말처럼, 그동안 정부의 디지털 정책 속에 디지털 케이블은 아예 제외돼 있었다.

정부가 손 놓고 케이블 업계에만 디지털 케이블 보급을 맡겨놓다 보니, 서울·경기·인천 등 '돈이 되는 지역'에는 케이블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디지털 케이블의 보급 속도가 빨랐지만, 일부 중소도시나 농촌은 디지털 케이블 혜택에서 소외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서울의 경우 전체 케이블 가입자 306만9000가구 중 45.7%에 달하는 140만1000가구가 디지털 케이블을 보고 있다. 반면 전라남도는 2.9%에 불과한 1만5000가구만 디지털 케이블 시청가구다. 현재 속도라면 2012년 말에도 전체 케이블 가입자 1500만 가구 가운데 디지털 케이블은 450만에 불과하고, 1000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아날로그 케이블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