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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시론] 지방정치인들이 짝짜꿍한 지방공사 부채

전국 51개 지방공사의 부채가 46조원에 달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의 2배 수준이다. 양평 지방공사의 부채비율은 거의 8000%에 육박한다. 민간논리로 보면 파산해야 하는데, 법인체로 존재하는 것이 이상하다. 지방공사 전체 부채의 84%가 16개 도시개발공사로 인한 것이다. 즉 개발사업이 지방공사 부채의 주 원인이다.

지방공사의 부채 문제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봐야 한다. 지방공사의 개발사업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환경에서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개발공약이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대중적 호소력을 가지는 공약은 개발사업이다. 그런데 개발 공약을 하면서 분홍빛 청사진만 보여주지, 주민들의 부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즉 지역개발은 중앙정부의 공짜 돈을 확보하거나, 미래세대의 부담인 부채를 통해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개발공약이 거창할수록 정치적으로 이길 확률이 크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럴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지방공사를 통한 예산외 지출이다. 외형적으로 지방정부 사업과는 무관하게 보이므로 지역민의 따가운 감시를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계산에 따라 지방공사의 사업규모는 커지는 게 당연하다.

지방정부의 비경제적인 사업 추진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지방의회이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도 정치인이므로 개발사업 확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므로, 지방의회가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방공사 입장에서도 사업이 커질수록 더 이익이다. 어차피 부채증가는 자신들이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조직이 커지면 자리도 많이 생기고, 그에 따른 '콩고물'도 많아진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정치 실패로 귀결된다.

지방공사의 부채 문제는 이렇듯 구조적이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풀어야 한다. 첫째, 지방정부의 실질적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 뽑는 정치 분권이 됐어도 '재정 분권' 없이 지방분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제성 없는 지방의 많은 개발사업은 중앙정부의 이전 재원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해야 경제성 없는 정치적 사업을 막을 수 있다. 주민들의 따가운 감시와 선거를 통한 심판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정부의 재정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재정 적자를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규율을 법률화하고, 반드시 지방공사의 부채를 지방정부 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 올 초 중앙정부의 국가부채 산정 때 일부 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는 재정통계 개편안이 발표됐다. 지방정부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서 산정하면 된다. 셋째, 경제성 없는 사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성 없는 사업이 특정 해에 사업으로 채택되면 계속해서 예산 집행되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개발사업 수립 때 반드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토록 해야 한다. 주민들의 부담을 얼마로 하고, 어떤 사업을 대신 줄이고 하는 구체적 방안제시가 의무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