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전문투자자 '스캘퍼'의 고백]
1~2초에 수익 왔다갔다… 자동 매매 시스템 없인 못해
증권사 특별 회선이 불법? 외국인·기관은 예전부터 써
하루 1~2억 수익 나다가도 다음날 그만큼 손실 나는 곳… 시장 커져 수익률 하향평준화
40대 초반의 전 증권사 직원 A씨. 그는 요즘 증권시장 최대 이슈 중 하나인 ELW(주식워런트증권)의 전문 투자자, 속칭 스캘퍼다. 금융감독원은 하루 100회 이상 매매를 하는 사람을 스캘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스캘퍼와 이들과 거래한 증권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권사와 스캘퍼 간 유착관계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초 하루 2조원까지도 거래되던 ELW 시장은 최근 1조원 초반대로 거래규모가 줄었다. A씨 같은 스캘퍼들이 몸을 사리면서 거래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A씨도 현재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도대체 스캘퍼는 어떤 사람들일까?
―ELW 매매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6년 초였다. 증권사 다닐 때부터 선물옵션은 조금씩 했다. ELW 시장이 개설되니 딱 (돈 벌 수 있는) 길이 보이더라.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했다."
―스캘퍼를 하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
"ELW 시장에서는 거래를 이뤄주기 위해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자'라는 것을 한다. 보통 스캘퍼는 이들이 주문 내는 패턴을 분석한 뒤,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 처음에는 일일이 수작업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차차 경쟁자가 늘면서 남들보다 보다 빨리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조건을 입력해 자동으로 매매가 되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시작했으니 나는 많이 늦은 편이다.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금융위기 전부터 했다."
―증권사에서 빨리 거래가 이뤄지도록 마련해 주는 특별 회선과 이를 이용한 DMA(직접주문)계좌 때문에 말이 많다.
"ELW 거래는 1~2초만 늦어도 수익에 큰 차이가 난다. 남들보다 빨리 주문을 넣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마침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위해 매매가 많은 고객을 필요로 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증권사 트레이딩룸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부 스캘퍼와 증권사 간에 금전이 오갔다는 점이 검찰에서 문제가 됐는데 내 경우엔 그런 건 없었다."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편차가 굉장히 크다. 하루 수백 번씩 주문을 넣는데 금액으로 보면 적을 때는 수백억, 많을 때는 3000억~4000억원씩 거래한다. 1, 2억원씩 수익이 나다가도 다음날 그만큼 손실이 나기도 한다."
―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은 누가 짜는가?
"매매를 잘 아는 증권사 출신 동료가 있다. 전산을 담당하던 직원이다. 보통 스캘퍼를 팀 단위로 하는 사람들은 매매하는 사람과 프로그램 짜는 사람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 움직인다. 2명에서 5명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다 하기도 한다."
―스캘퍼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장중에는 시장만 본다. 시스템 트레이딩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넣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조사 이후 요즘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쉰 지는 2주쯤 됐다. 증권사 영업직원도 쉬라고 조언한다."
―DMA계좌를 쓴다는 것 자체가 시빗거리가 되지 않나?
"그게 불법인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예전 선물·옵션 시장 때부터 써왔다. VIP 고객들에게도 다 전용선을 깔아준다. 솔직히 왜 문제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
―비슷한 스캘퍼 팀이 얼마나 있나?
"전부는 다 모르겠다. 잘한다고 알려진 팀이 셋 있다. 이들이 갖춘 시스템은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의 고도화된 프로그램이다."
―작년, 금감원은 스캘퍼가 1000억원 이익을 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5000억원의 손실을 본다는 자료를 냈다.
"일반 개인은 자금도 없고, 정보도 없다. 어떤 상품이든 공부를 안 하면 수익을 못 내기는 매한가지다. 스캘퍼도 엄밀히 말하면 개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수익을 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를 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통해 투자를 한다."
―ELW 시장이 정말 문제가 많았나?
"최근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하향평준화되던 상황이었다. 시장이 급팽창하다가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파이가 작아지는 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중이었다. 몇 명이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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