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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비행기는 줄었는데 사람들은 몰려온다… 파리 날리던 김포공항 '역발상 성공

 

[손님 없으면 손님 창조하라]
할인점 이마트 등 유치… 작년 쇼핑객 536만명 찾아, 임대 수익만 200억 달해
[공항과 병원, 교집합 찾아라]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는 척추 환자들 위해 병원 유치, 외국인 환자까지 몰려 확장

"지방 공항들이 적자투성이지만, 아이디어를 짜서 수익 모델을 찾고 비용을 줄이면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지방 공항은 도태할 수밖에 없죠."

일요일인 3일 오후 김포공항. 비행기 탑승객보다는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공항 안에 입주한 이마트에는 이날 1만2000여명이 몰렸다. 김포와 서울 등지에서 몰려온 시민들이 가족 나들이와 외식을 겸해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김포공항의 이마트에는 지난해 536만명의 쇼핑객이 찾았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10년 전만 해도 고민이 컸다. 2001년 3월 인천공항이 개장하면서 모든 국제선 노선이 옮겨가 김포공항 청사는 인적이 끊겨 '유령 건물'이 됐다. 공항 기능이 77%, 수익도 70% 이상 줄었다.

당시 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이었던 성시철 사장은 "텅 빈 청사에 상업시설을 들이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했다.

우선 청사에 대형마트와 병원을 유치하기로 했다. 성 사장은 "3만6300여㎡ 규모의 3층짜리 국내선 여객청사가 대형마트 부지였는데 신세계와 롯데, 월마트, 하나로마트 등과 접촉했지만 단 한 군데도 입주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3m 정도밖에 안 되는 건물의 층간 높이와 3만6300여㎡(1만1000여평)나 됐던 넓은 공간이 문제였다.

"마트에는 지게차가 들어와서 물건을 날라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건물 높이가 4m를 넘어야 합니다. 그런데 (청사 건물) 높이는 너무 낮죠. 또 마트를 운영하기에는 2만3140㎡(7000여평)가 적당한데 청사는 1만3000㎡(4000여평) 정도가 더 넓어서 업체들이 손사래를 치더라고요."

공항공사는 "생각을 바꿔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꼭 지게차가 들어와야 물건 운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하자, 결국 이마트가 2003년 1월 이마트 김포공항점을 개장했다.

김포공항의 옛 화물청사에는 우리들병원이 입주해 있다. 성 사장은 "공항의 수익을 위해서뿐 아니라 의료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를 따르기 위해서도 병원 유치는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원래 김포공항에는 세브란스병원이 있었지만 2001년 인천공항으로 국제선 청사가 모두 옮겨가자 철수했고, 이후 국립의료원이 입주했지만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2년 만에 떠났다.

공항공사는 아예 빈 건물에 병원을 유치하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성 사장은 "일반병원보다는 특화병원을 유치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얻었고, 석 달 넘게 주민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마침 척추 분야 전문인 우리들병원이 입주 의사를 보였다. 허리가 아픈 지방 환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2004년 6월 우리들병원이 이곳에 문을 열자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우리들병원은 2007년 11월 4층 건물을 추가로 임차했다.

김포공항에는 병원과 대형마트 외에 극장과 예식장, 골프연습장 등 상업시설들도 들어서 있다. 여기서 1년에 벌어들이는 임대 수입은 약 2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수익(778억원)의 25%를 항공과는 직접 관련 없는 다른 사업으로 올린 것이다.

지난해 쇼핑·의료를 위해 김포공항을 찾은 사람은 모두 736만명으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승객(876만명)과 비슷했다. '승객 반, 쇼핑객 반'이었던 셈이다.

성 사장은 "지방 공항들이 수익을 내려면 '비행기만 타는 공항'에서 '보고 즐기고 일하는 공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