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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Weekly BIZ] [칼럼 outside] 日 재난이 가볍지 않은 세 이유

  • 모하메드엘 에리언 핌코 CEO
  •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두 暗雲… CEO·석학이 긴급 진단한다
    ①경제적 피해에 원자로 위기
    ②재건 자금 어찌 마련할지
    ③중동 油價충격에 설상가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5일 미국의 경제회복은 더욱 확고한 토대에 서 있지만, 물가는 상승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발표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에서 일어난 비극적 재난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침묵을 지켰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첫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어떤 입장을 정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을 수가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일본에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며칠 만에 회의를 열었기 때문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제공되는 자료도 상당 부분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때리기 전에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대형 재난 뒤에는 불확실성이 지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 당국은 피해 상황에 대해 충분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원자로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둘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일본의 재난이 미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제정책 당국은 일본의 비극을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 셈이다. 일종의 낙관론이다.

    이와 같은 낙관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생각으로 비칠 수가 있다. 일본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손상을 당했는지, 그 끔찍한 상황을 한 번만 생각해보라.

    그런데 이런 낙관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에도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비슷한 의견을 냈었다.

    낙관론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에서는 자연재난 이후 재건(再建)을 위한 투자가 경제를 끌어올릴 것이다. 성장은 V자 형태로 재개될 것이다. 초기에는 공급 부족으로 물가 급등이 일어나겠지만, 점차 공급이 회복되면서 물가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다.

    낙관론처럼 일본의 재난이 초래할 경제적 충격이 일시적이며 회복 가능한 것인데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면,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일본은 구조 활동이 끝나면 대규모 재건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다. 재건 프로그램은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일본에서 벌어진 재난의 후유증이 글로벌 경제에 일시적 충격밖에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번에 발생한 끔찍한 충격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해악을 끼칠 우려도 크다. 후쿠시마에서는 원전(原電) 위기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 어떻게 일본 전역에 전기가 충분하게 공급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불붙을 수도 있다.

    둘째 일본이 재건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국가 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해외에 투자돼 있는 일본 돈을 다시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이나 시장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셋째 일본의 재난은 세계 경제 상황과 연결돼 있다. 이미 중동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원유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재난은 여기에 충격을 더할 것이다. 글로벌 거시경제에 있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무시할 수도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오늘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인간적 고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모두가 일본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일본의 재난을 어느 정도 의미로 반영해야 것인지는 나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최근 발표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을 배제한 데에도 이런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미국의 경제정책 당국도 일본의 비극을 가벼운 것으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