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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東日本 대지진]‘원자로 냉각’ 181명 이름 없는 영웅들

“목숨걸고 지킨다”… 방사능 死地로 간 ‘원전 사무라이’


 

방사선이 가득 찬 원전에 투입된 최후의 결사대가 17일 50명에서 18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것. 현재까지 알려진 원전 상황으로 볼 때 이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전과 함께 산화할 수 있는 사지(死地)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름 없는 영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각오는 단호하다. 이들 중 한 명이 친구인 미국 조지아대 교수에게 보낸 ‘나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라는 편지는 이들의 결의를 느끼게 해준다. 일부는 아예 유서를 남겼다. 또한 일본 정부의 비공식적 모집에 원전 근무 경험자 20명도 자원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사대 인원을 늘린 것은 원전 복구를 위한 마지막 총공세다. 일본 후생성은 결사대 인원을 늘리기 위해 원전 작업자의 연간 방사선 피폭 허용량을 100mSv(밀리시버트)에서 250mSv로 긴급히 완화했다. 이에 따라 15일 철수했던 원전 근로자 중 피폭 허용량이 남은 원전 근로자들이 결사대에 스스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17일 오후 11시 현재까지도 181명은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로 주변의 방사선량이 너무 높고 전기도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이 없으면 결사대원들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원전 곳곳의 방사선량과 원자로의 온도, 수위를 측정해야 한다. 전기가 공급되면 이런 일은 센서가 맡게 돼 그만큼 작업이 안전하고 빨라진다. 도쿄전력은 17일 오전 “원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전선을 연결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저녁까지 전기는 공급되지 않고 있다.

투입이 늦춰지자 결사대원들은 해야 할 일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에 냉각수를 넣기 위해 펌프를 가동하고, 원자로 외부에서 물을 뿌릴 수 있는 소방차가 도착하면 취수구로 안내해 소방차의 펌프와 연결하는 작업을 마지막으로 도상(圖上) 연습했다. 자위대나 경찰 병력과 달리 원전의 구조를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결사대원들은 한 번에 많은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기 위해 현장의 방사선량에 따라 15∼30분의 시간을 정해두고 작업할 예정이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몸에 닿지 않도록 상하의가 하나로 된 특수 방호복을 입고 안에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납 조끼와 보호대를 착용한다. 방사성 물질을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산소마스크도 쓴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 무장을 해도 안전이 완벽히 보장되지는 않는다.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방사성 물질과는 완벽히 분리시켜 주지만 방사선 피폭에서 보호되는 부위는 몸통과 생식기뿐”이라며 “팔, 다리, 머리를 투과하는 방사선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시간당 500mSv의 방사선에 피폭된다면 당장은 아무 이상이 없는 듯 보여도 면역기관이 파괴되기 때문에 30일 뒤 어떤 병을 앓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1986년 폭발사고가 났던 옛 소련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복구 작업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28명은 3개월 이내에 사망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도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73세의 레프 팔콥스키 씨는 “당시 작업 후 줄곧 심장 이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AFP통신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난 그곳에 있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내가 해야만 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