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빌린 40대 공무원
대출금리 6% 되면 月이자 40만→50만원… 물가 오르고 금리 올라 서민 허리 휘어질 듯
가계빚 800조
금리 1%P만 올라도 年이자 8조8000억 늘어… 신용불량자 속출할 수도
한국은행이 10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2년3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년 넘게 지속해오던 사상 최저 금리 시대가 마침내 끝나고, 고(高)금리 시대가 다시 찾아왔음을 의미하는 사건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한은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려 연말이면 연 3.5~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아니겠지만, 기준금리가 2008년처럼 5%대에 접어들 경우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
한은은 올 들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정도로 물가 오름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개월 만의 최고치인 4.5%로 급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성장과 물가 중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가지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 급등에 허리가 휜 서민·중산층들이 이번엔 금리에 허리가 휘게 됐다.
◆물가 고통 가계부에 금리 부담까지
경북 문경의 공무원 김모(41)씨는 연초부터 승용차를 집에 세워두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비가 늘자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이미 김씨의 가계부엔 여유가 없다. 월급은 300만원인데, 2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금 1억원에 대해 매달 이자만 40만원 정도 나간다. 나머지 260만원도 아들 학원비(30만원), 보험료(40만원), 연금저축(30만원) 등을 내고 나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160만원 정도다.
지금은 연 4.7%의 금리를 적용받지만, 앞으로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만약 대출금리가 6%가 된다면 매달 이자만 50만원씩 물어야 한다. 김씨는 "작년만 해도 한 달에 대여섯 번 외식을 했는데, 물가가 올라 지난달엔 한 번밖에 못했다"며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중하층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중고차 딜러 김찬호(39)씨는 작년 5월 9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엔 금리가 연 4.75%였는데, 시중 실세금리가 오르면서 이제는 연 5.5%가 됐다. 원리금 상환액이 월 94만원에서 98만원으로 4만원 늘었다. 김씨는 "4만원이 적어 보일지 몰라도 암보험을 하나 깨야 하는 돈"이라며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올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7%가 마지노선?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통상 한은 기준금리보다 2~3%포인트 정도 높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연 3%면 가계대출을 받은 개인이 실제 부담하는 평균 금리는 연 5~6% 선이다.
한은은 올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이젠 연 3%가 됐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올해 2~3차례 금리를 더 올리면 기준금리는 연 3.5~ 3.75%까지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개인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연 5.5~6.75%까지 오르게 된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금리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은행 빚이 많은 가계에는 '위험 신호'가 켜진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올해 4~5% 예상)와 물가 상승률(3~4%)을 더한 것을 적정한 금리로 본다. 연 7~8%의 금리 수준을 넘어서면 가계가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란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대출 금리가 연 5%대인 초저금리 상태를 2008년 하반기 이후 2년 넘게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계는 금리표에 '7'자를 보는 순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환 능력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은 연 5~6%의 금리에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금리 올리면 부담은 당장 오는데, 물가 잡는 데는 6개월 걸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금리 부담은 당장 늘어난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88.3%가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이다. 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에,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이 8조8000억원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기준금리가 수요·공급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시차(時差)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금리 부담도 늘고, 물가도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작년에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려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요인을 제어했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작년에 저금리로 대출이 늘어난 결과, 이제 와서 금리를 올리려고 하니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은이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에 최근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울 때 빚을 늘린 사람들이 한계 상황에 몰릴 수 있어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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