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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이 살 길은 최고의 인재를 계속 기르는 것"

[Weekly BIZ] [Cover Story] "한국이 살 길은 최고의 인재를 계속 기르는 것"

  • 입력 : 2011.03.12 02:59
'폴트라인'이 충돌하는 세계 경제의 대지진을 막기 위해 한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라잔 교수는 뜻밖에 한국이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이야기했다. "한국은 대단한 성장을 한 나라다. 지금 한국은 빅리그(big league)에서 뛰면서 일본, 미국, 캐나다와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 현대처럼 매우 성공적인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부자다. 핵심은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소비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것이 수출지향적 국가들의 '심각한 약점(serious weakness)'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불균형이 "(대지진을 일으키는) 두 번째 폴트라인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작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88%.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약점을 가진 나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그는 약간 중립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국 경제의 핵심 이슈는 중국 경제와 다르다. 중국 경제는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내수를 희생하면서) 수출을 늘릴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한국의 급진적인 내수 전환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한국을 '변화의 모델'로 꼽았다. "1960년대의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적 변화가 아니라 정치적 변화다. 반(半)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성장만 걱정하던 나라에서 이제는 자신의 불평등과 다른 나라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한국의 변화를 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난 30~40년 동안 (한국의 변화를 보면서) 낙관주의를 강화시켜 왔다."

물론 이런 평가는 과거형이다. 라잔 교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이 하고 있던 산업을 낚아채는 방식으로 경제를 강화해 왔다. 이제 다른 나라들이 한국이 하는 산업을 낚아채고 있다. 우수한 인적 자본을 통해 제조업 경제를 넘어 서비스 경제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은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국제 언어인 영어를 배워야 하나?' 물론 배워야 변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득불평등, 교육불평등과 같은 계층 간 격차가 커지면 한국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