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한 미국 정부가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를 아울러 일컫는 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미국의 1월 무역 적자는 7개월 만의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고 2월 재정 적자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시한부 예산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 가는 미국 정부가 쌍둥이 적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유가 오르니 무역 적자폭 커져
미 상무부는 1월 무역 적자가 전달(403억달러)보다 15% 증가한 463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수출은 1677억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증가 폭은 2.7%에 그쳤다. 반면 수입은 2141억달러로 5.2%나 늘었다. 1993년 3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1월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무엇보다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으로 야기된 유가 상승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1월에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인 2억907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245억달러어치의 원유를 외국에서 사온 셈이다. 수입 원유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84.34달러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더군다나 휘발유 가격은 2월 중순 이후 단 하루를 빼고 매일 올랐다.
수입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수입품 구매를 늘리고 기업들의 자본재 구매가 증가한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 적자의 절반이 대(對)중국 적자(233억달러)라는 점은 여전히 미국 정부에 큰 고민으로 남아 있다. 미국제조업연맹의 스캇 폴 이사는 “미국의 대(對)중 무역 적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구실을 찾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통계를 보면 될 것이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미국 측 통계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전날 중국의 2월 무역 수지가 예상을 깨고 적자를 낸 것을 겨냥한 것이다.
◆ 2월 재정 적자 월간 사상 최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미국의 재정 상태는 미국 정부를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두고 벼랑 끝에서 다툼을 벌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힘겨루기는 미국의 앞날을 더 캄캄하게 한다.
미 재무부가 10일 발표한 미국의 2월 재정 적자는 222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2209억달러)보다 16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미국 정부의 지출 증가율은 세입 증가율보다 작았지만 지출 규모는 세입의 3배에 달했다. 2월 정부 지출은 1.4% 증가한 3332억달러, 세입은 2.9% 늘어난 1107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재정 적자 규모는 예상치보다는 작았다. 앞서 초당파적 기구인 미 의회예산처(CBO)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월 재정 적자를 2230억달러로 추산했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한숨을 돌릴 여유는 없어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은 2011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안 처리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에 지출을 대폭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원래 올 회계연도 시작 전인 지난해 10월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견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해 오바마 정부는 임시 예산을 편성해 집행해 왔다. 결국 최종 처리 시한인 4일까지 예산안 통과가 어렵게 되면서 의회는 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일 오는 18일까지 2주간 집행 가능한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재정 적자는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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