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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마켓레이더] 외국인 주도 증시서 벗어나려면

종합주가지수가 1월 최고치 대비 정확히 10% 떨어진 지점에서 강한 반등이 나와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에 대한 우려를 일단은 가라앉혀 주었다. 대형주만 보더라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즐비하고 심지어 30% 넘게 하락한 종목들도 더러 나오고 있어 강세장 속 일시적 조정이라고만 보기에도 좀 미심쩍기는 하다. 시장의 큰 방향성에 대해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 급락세는 외국인이 발을 뺄 때 국내 주식 수요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코스피가 2000이 넘으면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지고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 화려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가정이 틀렸다. 개인들의 투자 여력에 대해 오판을 했던 것이다. 통계적으로 개인 금융자산이 많다는 것과 증시에 들어올 자금이 많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2005~2007년의 펀드 붐 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재현되기를 바라기는 이제 어렵다. 어쩌면 앞으로 10년 동안 서서히 들어와야 할 돈이 그때 다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평범한 중산층의 주식 투자 여력에 대해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워 보인다. 직장이나 생업의 안정성이 크게 낮아져 개인들의 위험자산 투자 여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와 높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저축은 줄고 가계 부채는 위험한 규모로 늘고 있다. 3~4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해외투자 펀드에서 아직 큰 손실이 나고 있어 더 이상 투자를 늘리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도 있다. 거액 자산가들만의 힘으로 중산층의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상장사 배당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막대한 금액이지만 1000조원이 넘는 상장 주식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배당 수익률이 겨우 1%에 불과하다. 대만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53%에 달해 배당 수익률이 3.2%고 일본과 미국의 배당 수익률도 각각 1.9%와 2.2%에 달한다. 지나치게 낮은 배당성향이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은 계속돼 왔지만 별로 개선되는 기미는 없다. 부채도 별로 없고 설비 투자 수요도 많지 않은 대기업들이 급증하는 현금 보유량에도 불구하고 배당에는 인색한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빈약한 배당과는 달리 인수ㆍ합병(M&A) 경쟁에서는 수 조원의 프리미엄을 쉽게 지불하는 것을 보면 주주들이 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배당성향을 높여야 장기 투자 문화를 유도해 증시 저변을 튼튼히 할 수 있다. 배당 매력이 너무 낮으니 모든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에만 열중해 시장 환경이 조금만 불안하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이다. 주가 전망이 불투명해도 주식을 느긋하게 보유하는 즐거움과 메리트를 주어야 한다. 그것은 배당이다. 언제까지 우리 증시의 주역이 외국인인 서글픈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가.

[이원기 PCA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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