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열전]
⑧황성환, 옥탑방 전세→200억대 자산가로
입력: 2009-04-06 11:56 / 수정: 2009-07-08 08:29
"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인 1997년. 아버님이 급성 간암으로 돌아가셨죠. 장례비용을 치르고 나니 세상에 남은 건 유산 1600만원과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투자자문회사 타임폴리오 사무실. 이곳에 만난 황성환 대표이사(33)는 "주식투자에 어떻게 입문했냐"고 묻자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200억원대 자산가이자 대규모 사모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그도 처음에는 개미투자자로 시작했다. 1999년부터 주식 매매를 시작, 유산 1600만원을 6년만에 30억원대로 불리면서 주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
하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사모펀드를 하면서 부터였다. 11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그의 자산운용 실적은 슈퍼급이 됐다.
업계에서 그는 직접 투자는 물론 주식형 헤지펀드 '타임폴리오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돈을 번 슈퍼개미로 통한다. 헤지펀드란 투자 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자본을 말한다.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목표로 하며, 투자위험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사촌형의 코스닥 대박에 자극…여의도서 먹고자며 주식공부
33세 젊은 나이에 200억원대 자산가가 된 황 대표의 주식투자 이야기는 군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도 형제자매도 없이 외아들로 홀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에 입학했다. 1학년을 마친 1996년 군대에 입대했다. 1997년 황 대표가 초년병인 일병 시절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급성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 어렸을 때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고모와 할머니 손에서 컸던 그에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부랴부랴 휴가를 내고 나와 아버지를 간호했지만 아버지는 한달 반만에 돌아가셨다. 유산으로 남긴 돈에서 병원비와 장례비를 치르고 나니 손에 쥔 돈은 1600만원.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의가사제대를 하지 않고 자대로 복귀했다.
"21살에 혈혈단신인 놈이 뭘 알겠습니까. 일찍 제대하고 1600만원 마저 쓰면 인생이 끝이구나 싶더라구요. 군대로 복귀는 했지만 휴가를 다 써서 제대까지는 꼼짝없이 감옥살이었어요."
그는 웃으면서 과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당시 막막한 심정을 털어 놓을 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이듬해인 1998년 11월 제대한 황 대표는 1600만원으로 학교부근인 서울 신림동에 옥탑방 전세를 얻었다. 인생 홀로서기에 들어선 것이다.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닥치는대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벼룩시장'을 펼쳤는데 신림동 현대아파트의 작은 평수도 2억원이 넘더라구요. 일반 회사에 들어가서 이걸 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계산해보니 20년은 족히 모야야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젊은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보고있던 그에게 이즈음에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고종 사촌형은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해준다. 1999년 당시 코스닥시장에 투자 붐이 일었을 때 새롬기술에 투자해 대박을 냈다는 이야기다.
"고모님 댁에 놀러갔는데 형이 그러더라구요. 코스닥에 새롬기술이라는 종목에 투자했는데 500만원이 순식간에 5000만원이 됐다고. 그 때 딱 감이 왔습니다."
황 대표는 1999년 가을 과외로 모은 돈 300만원으로 투자에 입문하게 된다. 급기야 1년 뒤에는 전 재산인 옥탑방 전세금 1600만원까지 모두 투자해 본격적으로 주식매매를 시작했다.
"배수진을 친 겁니다. 옥탑방 전세금을 빼서 투자한 뒤 서울 신내동에 사는 작은 어머님 집에 월세를 내면서 살았죠. 그 즈음에 취직도 돼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2000년 9월 주식 콘텐츠업체 '델타익스체인지'에 입사했다. 주식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인 이 회사는 보다 편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주식 매매를 하라고 독려했다.
환경공학도였던 그가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장중에는 매매를 하고 퇴근후에도 회사에 남아 주식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여의도 백상빌딩에 사무실이 있었죠. 아예 이불을 가져다놓고 밤을 새며 생활을 했습니다. 아침에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깨워주시곤 했구요."
황 대표는 그 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잠을 안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주식시장의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는 것. 이렇게 모은 돈은 2000년 말까지 30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
◆실전대회 1등 석권…대우증권에 입사하다
2001년 증권사들이 '주식투자 실전대회'를 앞다퉈 개최할 때 황 대표는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굿모닝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동원증권 실전대회땐 주어진 종자돈 3000만원을 1,2월 두달간 운용해 200% 수익률을 올렸고, 상금으로 6000만원까지 받았다. 이렇게 받은 상금 덕분에 황 대표가 가진 돈은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제가 공학도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당시에는 뭔가 종목을 깊이 발굴하고 공들이고 그러진 않았거든요. 종목에 대해서 집착이나 욕심도 크게 없었죠. 그래서인지 잃는 것 같으면 털고 나오고 좋아 보이면 사고 그랬어요."
당시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 테마주 투자를 통해 이익을 많이 남겼다. IT(정보기술)나 보안관련 섹터가 중심이었다. 업종별로 주도주를 고른 뒤 그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스타일로 수익금을 불려나갔다. 주가가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일지라도 어느정도 수익을 올리면 미련없이 중간에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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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대우증권의 입사권유였다. 대우증권은 2004년 당시 손복조 사장의 지휘하에 대규모 딜링룸을 만들었다. 10명의 딜러를 채용하되 구성원은 선물출신, 투신권, 재야 등으로 각 분야의 고수들을 불러 모으기로 한 것이다. 황 대표는 10명의 딜러 중 재야고수 대표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대학도 간신히 졸업한 저에게 대우증권 입사는 정말 큰 기회였죠. 하지만 이미 주식매매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와중에 증권사에 들어가면 개인 매매를 못하게 되니까. 갈등이 됐습니다."
증권거래법상 증권사 직원은 위탁매매를 못하도록 돼 있고 매매를 할 경우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매매로 돈을 불릴 수는 없었지만 그의 선택은 '대우증권행(行)'이었다. 대우증권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연봉과 인센티브 외에는 돈을 벌 수 없었지만 배운 것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조직생활도 못해봤죠. 대우증권은 제게 조직생활을 알게 해줬습니다. '언젠가 나도 회사를 차리면 어떻게 해야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 계기였어요. 그냥 '돈많은 아저씨'가 되기는 싫었습니다."
2004년 그는 1년 남짓 다니던 대우증권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2005년 5월 개인적으로 운용해왔던 모든 돈을 털어 타임폴리오를 인수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수자금을 타임폴리오 사모펀드에 넣고 운용하기 시작했다.
◆서른도 안돼 인수한 사모펀드… '대박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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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헤지펀드 운용전략은 시나리오 매매다. 한 주동안 주식매매 시나리오로 짜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일요일은 모든 변수가 다 오픈되는 날이며 한 주 동안의 매매할 종목을 선정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 분석하는 종목들의 범위(유니버스)를 따로 두지 않고 상장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퀀트(수학을 활용한 컴퓨터 투자 모델 분석시스템 '퀀트'도 구축했다.
"조용한 일요일에 나와서 한 주의 시나리오를 구상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주에 환율이 본격적으로 꺾일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환율이 얼마 이상 떨어지면 무슨 무슨 종목을 담는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르 짭니다."
투자방식은 단기매매인 트레이딩(trading)과 중장기투자인 인베스트먼트(investment)로 구분한다. 단기매매는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인다.인베스트먼트는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종목을 보유하는 것이다. 단기매매에서 시나리오에 맞더라도 수급이 꼬이는 종목은 절대 사절이란다. 유망해 보이는 종목이어도 거래가 뜸하면 건드리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초에 반등장이 한번 왔는데 뚜렷한 호재가 없었어요. 마침 11월에 펀드결산도 앞두고 있어서 리스크는 피하자는 생각으로 현금비중을 늘렸습니다. 90%까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0월말에 주가가 급락했고 이 때 주식을 왕창 사모았죠."
당시 타임폴리오는 반등시점에서 어떤 종목이 가장 크게 오를 지를 분석했다. 수급과 가격측면에서 고려할 때 PER(주가수익비율)가 2~3배까지 떨어진 조선과 철강주가 매력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에 따라 황 대표는 약 이틀간에 거쳐 조선과 철강 종목들을 쓸어담았다. 이런 재빠른 판단은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가 운용중인 타임폴리오 사모펀드는 설정액이 110억원. 이 중 황 대표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도 60억원 가량이다. 고객 돈은 물론 임직원의 자산도 함께 운용하고 있어 한 번 돈을 맡긴 주주는 환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작년 하락장에도 경이적인 수익률 올려...주식투자비중 적중
타임폴리오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운용능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모 은행과 연기금 자금의 운용사로 선정됐다. 불안정한 시장상황에서도 타임폴리오 사모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100.39%(2009년 3월말 기준,펀드평가사 제로인 발표)에 달한 덕분이다.
다른 국내주식형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이 -27.36%인 것과 비교하면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타임폴리오가 설정된 2003년 이후 누적수익률은 755.75%다. 6년동안 8배가 넘게 불린 것. 그야말로 경이적인 수익률이다.
수익률의 비결은 탄력적인 주식편입 비중 조절과 자체 개발한 '퀀트' 분석의 툴(tool)에 있다고. 지난해부터 윈도 드레싱(기관투자가의 월말 종가관리성 매매), 환율상승, 실적발표 등과 같은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그 때마다 유망한 종목으로 주식의 비중을 늘렸다. 그때마다 실적이나 자산같은 기업들의 기본적인 숫자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 및 가공된 지표들을 추가한 분석 툴을 활용했다.
이같은 분석 툴을 활용한 결과, 2007년 상승장에서는 펀드중 주식투자비중이 90~100%에 달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였다. 최근 들어서는 70~80%를 주식투자에 투자하고 있다.
◆시나리오 매매+ 타임매매 기법…언제쯤 '매수' 기회일까?
"전 보석같은 펀드를 만들고 싶어요. 펀드가 산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 중심에 타임폴리오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펀드를 통한 기업지배까지 노리고 있는 황 대표의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4월 중순까지는 주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호재가 있어서가 아니라 악재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4월 10일 다시말해 중순부터는 빠지는 분위기가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약세장(베어마켓)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매수의 기회는 언제쯤 잡을 수 있는 것일까?
"걱정마세요. 어닝 시즌이 끝날무렵 은행 등의 금융권실적들까지 발표되면 주가는 약세를 보일수 밖에 없어요. 실적이 안좋게나오면 그 때문에 주가가 약세일 것이고, 예상보다 좋아도 '그 때문에 연초에 올랐다' 이런 식의 장이 될꺼예요. 그 기회를 잘 노리면 베어마켓 가운데서도 또 한번의 수익을 챙길수 있을 것입니다."
타임폴리오는 최근 풍력(태웅, 용현BM 등)을 비롯해 IT관련주(하이닉스 등)와 제약주(SK케미칼, 일양약품 등)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 YTN 같이 미디어 수혜주의 상승을 예측했지만 관련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예상만큼 벌지 못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젊은 나이에 개미투자자에서 사업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운용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후진 양성에도 신경쓰고 있다.
"지난 주에 신입사원 면접을 봤습니다. 한 응시자에게 얼마벌고 싶냐고 물으니까 1000억원을 벌고 싶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10억원 내외를 부르곤 하는데 이 친구의 배짱있고 진지한 태도가 마음에 들어 곧바로 채용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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