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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슈퍼개미 열전]⑨방송인 김생민 "코스닥 NO,배당주 OK"

[슈퍼개미 열전]

입력: 2009-04-08 10:25 / 수정: 2009-07-08 08:29

 



"워런 버핏의 투자 제1원칙이 '돈을 잃지 말라'라죠? 제가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말입니다.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해요."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김생민(36)씨의 재테크 철학이다. 연예가중계, 동물농장, 출발! 비디오 여행 등 장수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인 김씨는 연예계 재테크 고수다. 2년전 TV를 통해 14년만에 10억원을 모은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동아리 등에서 재테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만만한 재테크'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가 모은 재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재테크 비법은 주식투자는 물론 펀드 부동산까지 아우르는 슈퍼급이다.

◆샐러리맨이 공감할 수 있는 만만한 재테크

재테크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자 그는 막상 쑥쓰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테크 강의를 할 땐 사실 많이 부끄럽죠. 전문가도 아닌데 저에게 주가가 오를 것인 지 물어보실 땐 대답해 주기도 난감하고요. 틀리면 미안하잖아요."

그는 광고CF 계약이나 방송출연만으로 연간 수십억원씩 버는 연예계 스타가 아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주가를 움직이는 큰 손도 아니다. 하지만 일반 샐러리맨들이 공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만만한' 재테크가 김생민식 재테크의 진수다.

김씨의 재테크 철학은 그의 방송경력과 일맥상통하다. 그는 연예가중계 등 몇몇 방송 프로그램의 장수 출연자다.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안정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 이것은 그의 방송생활 노하우이자 재테크 철학이기도 하다.

주식 투자에서 그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은 가치투자자로 잘 알려진 워런 버핏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다. 그의 투자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채원의 가치투자'는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 중 하나예요. 그 책에 '나는 겁쟁이다'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정말 제 투자원칙이랑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돈을 벌거나 불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겁쟁이처럼 조심스럽게 안전한 방법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주식관련 서적으로 '워런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데이비드 클라크 저) 등을 추천했다. 워런 버핏에 관련된 책들은 모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책으로는 고준석의 '대한민국 집테크'를 꼽았다.

◆적금부터 시작해 고배당주 투자로 내집 마련까지

김씨의 재테크 첫걸음은 가장 안전한 적금부터 시작됐다.

그는 1992년 대학시절 처음 TV에 고정출연하면서 한회당 7만원씩 한달에 28만원을 받았다. 이 중 20만원 이상을 매달 적금에 부으면서 돈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넉넉치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내집 마련이 온 가족의 꿈이었다"면서 "처음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도 재테크라는 개념보다는 단지 내집 마련을 하고 싶다는 꿈이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20만원, 50만원씩 프로그램 자리가 생길 때마다 적금을 붓다보니 나중에는 적금 통장만 20개가 넘었을 정도.
그가 10년 동안 양복 세 벌, 구두 세 켤레로 버틸 정도로 이를 악물어가며 돈을 모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1998년에는 1억2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마침내 꿈이었던 내집 마련에도 성공하게 됐다.

돈 모으기에 재미를 붙이다보니 자연스레 주식에도 손을 대게 됐다. 물론 주식 생초보인 그가 처음부터 안전한 투자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김씨가 주식에 처음 손을 댄 것은 1999년께. 주식시장에 IT(정보기술) 버블이 한참 부풀어 오르던 때였다.

그는 당시 지인의 말을 믿고 유망하다는 바이오 코스닥 기업에 투자했다가 1000만원 넘게 잃었다. 투자했던 코스닥 기업은 지금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김씨가 가진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 것. 그 돈을 모으려고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저축한 것을 생각하자 눈물이 펑펑 났고,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일었다고 한다.

"시장에 나도는 소문이나 아는 사람 얘기만 듣고 주식을 사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더라고요. 만약 좋은 정보를 접하게 돼도 내가 사실여부를 확인한 다음에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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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김씨는 절대 작은 코스닥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김씨가 선호하는 주식은 배당주다. 눈여겨보는 종목들도 KT&G, S-Oil 같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들이다.

그는 "잃지 않는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원한다면 배당주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A라는 10만원짜리 종목이 5% 배당을 실시한다고 하면, 배당기일인 12월 말까지 보유하고만 있어도 A 종목의 가치는 10만5000원으로 오르는 거예요. 배당 가능성이 높고 건실한 기업이라면 돈을 벌게 돼 있죠."

종목을 선택할 땐 먼저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는 우량주들을 후보군으로 선정한 다음 차트를 많이 참고한다. 급격히 빠지거나 급등하는 일 없이 꾸준히 오르는 주식을 선호한다.

그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상승하는 고배당주에 투자하면 3년 안에 30~40% 정도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장기투자를 전제로 했을 때의 얘기다.

김씨는 "1년 이하 단기투자 게임에선 우리 같은 개인들이 기관투자가나 전문가들을 이기기 힘들다"면서 "적어도 3~5년은 갖고 간다는 생각으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펀드도 마찬가지다. 그가 들고 있는 펀드는 국내 인덱스펀드와 가치주, 배당주, 우량주 주식형 펀드다. 리스크가 높은 성장중심형 펀드는 선호하지 않는다.

"5년 이상을 내다본다면 인덱스 펀드나 가치주 펀드가 성장주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으면 좋았지 떨어지지 않거든요."

김씨는 해외펀드에는 한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 등 이머징마켓 해외펀드가 훨훨 날던 2007년에도 우직하게 국내펀드만 고집했다.

해외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시장이나 알고 싶어도 물어볼 곳이 없는 곳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마침 주가가 1280을 넘었던 지난 3일 펀드에 새로 가입했다. 이 펀드는 그야말로 장기투자용이다. 김씨에게 생후 2개월된 딸이 있는 데 그 딸이 고등학생으로 컸을 때 쯤 돈을 찾는 것이 목표다.

"펀드에 새로 가입했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돈이 어디서 나서 자꾸 펀드를 드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테크는 종잣돈만 갖고 굴리는 게 아닙니다. 각종 수익금이나 일을 해서 번 돈의 일부라도 떼내서 계속 투자해야 돈이 불어납니다."

김씨는 투자 또는 재테크를 생활화하기 위해서 직업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항상 펀드 등에 가입할 수 있는 현금을 '살벌하게' 갖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짧은 시간에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집착이 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씨는 정확한 재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재테크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에 50%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주식과 현금처럼 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특히 "재테크를 하려면 집, 주식, 금, 달러, 석유 등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처럼 되팔았을 때 무조건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는 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내가 끊임없이 신경을 쓰고 매만져야 하는 일이라면 재테크라고 하지 않죠. 그런 것은 비즈니스고 직업입니다. 자고 있을 때에도 돈이 저절로 굴러가며 불어나야 재테크입니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 "

'오를 만한 것에 투자하라'는 당연한 듯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의 말에 소문난 재테크 고수로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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