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이 평균 6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부자들은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1순위로 꼽고 있었다. 부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2025년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중에서도 수퍼리치(금융 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들은 현금과 외화 자산 비율이 일반 부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리치 중 가장 많은 MBTI(성격 유형 검사)는 ‘ESTJ(외향·감각·이성·계획형)’였다. 이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부자 745명을 포함한 20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분석한 결과(2023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다.
◇ 부자들 작년 자산 손실 평균 6억… 37%가 “2025년 이후 부동산값 상승” 집값 하락에도 여전한 부동산 사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자들의 총자산은 평균 72억원으로 전년(78억원)보다 6억원 감소했다. 금융 자산은 31억1000만원으로 같았으나 부동산 자산이 45억원에서 39억7000만원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부자 10명 중 8명쯤은 올해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 경기 전망을 매우 어둡게 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부자들이 지난해 부동산 투자로 큰 손실을 봤고 부동산 경기도 안 좋게 보고 있음에도 투자 1순위로 여전히 ‘부동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의향 순위에서 부동산은 32%로 압도적 1위였다. 예금(22%)과 주식(14%), 채권(10%)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부동산과 주식의 투자 의향 격차는 2021년 12월 조사 때(부동산 26%, 주식 25%)보다 더 벌어졌다. 저점을 형성한 부동산 매물을 중심으로 추가 매수 계획을 세우는 부자가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이 매입을 고려하는 부동산 유형으로는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40평형 미만 중소형 아파트 비율이 44%, 4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가 20%나 됐다. 이어 상가(18%), 토지(13%) 등 순이었다. 부자들은 올해 아파트와 상가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매물을 사들여 2025년쯤 반등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부자(37%)가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시점으로 예상한 시기는 2025년 이후였다. 대다수 부자(47%)는 지난해 25% 넘게 하락한 코스피의 상승세 전환 시점으로 올 하반기를 꼽았다.
◇외화, 해외 주식, 미술품 비율 높은 수퍼리치
부자 중에서도 수퍼리치들은 일반 부자와 구별되는 자산 포트폴리오 및 투자 전략을 갖고 있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가졌으면 부자로,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을 가졌으면 수퍼리치로 구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수퍼리치 41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의 평균 자산은 323억원, 평균 연소득은 12억3000만원이었다. 수퍼리치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였다. 직업은 기업 경영자가 29%로 가장 많았고, 의료·법조계 전문직이 20%로 뒤를 이었다.
수퍼리치들은 예금과 채권 등을 통해 일반 부자보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외화 자산과 미술품을 훨씬 더 많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퍼리치 10명 중 7명은 지난해 금융 투자로 플러스(+) 수익을 냈다. 일반 부자(66%)와 금융 자산 1억~10억원 미만인 ‘대중 부유층’(57%)보다 성과가 우수했다. 수퍼리치가 나쁘지 않은 투자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예금과 채권 덕이 컸다. 지난해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준 금융 자산 1, 2위로 수퍼리치들은 예금(34%)과 채권(20%)을 꼽았다. 수퍼리치 중에는 올해 투자 수익률 목표치로 ‘20% 이상’을 설정한 비율도 17%나 됐는데 이는 일반 부자(4%)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수퍼리치는 일반 부자와 비교해 외화 자산 보유 비율(각각 73%·64%), 해외 주식 보유 비율(16%·10%), 미술품 보유 비율(41%·23%)이 훨씬 컸다. 향후 투자 의향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 주식을 꼽는 것(29%)도 부동산을 1순위로 꼽은 일반 부자들과 다른 점이었다.
◇ ”수퍼리치 중 ESTJ 성향 많아”
그렇다면 수퍼리치 중에는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을까. 수퍼리치들에게 MBTI 문항에 답하게 했더니 ‘ESTJ’(외향·감각·이성·계획형)가 가장 많았다. 일반인 중에는 ‘ESTJ’ 비율이 8.5%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수퍼리치는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26.8%가 ‘ESTJ’형이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선경 수석연구원은 “’ESTJ’형은 흔히 지도자형, 경영자형이라 하는데, 사회적 질서를 중시하면서 현실적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며 “은행 PB 여럿도 부자의 특징으로 실행력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금융 자산 규모가 클수록 I(내향적)나 S(감각형)의 비율이 낮아지고, T(이성적)와 J(계획적) 성향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대규모 금융 자산을 꾸준히 관리하고, 시장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TJ(사고·계획)형이 FP(감정·충동)형보다 부를 쌓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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