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업 주가까지 같이 빠지는 역대급 하락장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최고점 대비 강남 아파트 큰 거 한 채 날렸다. 이럴 때 연기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팔기만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연기금인지 모르겠다.”(수퍼개미 김정환씨)
최근 한 달간 한국 증시 하락률이 아시아 1위를 기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월급받아 투자하는 일개미, 생활비 아껴 매매하는 맘개미는 물론, 수백억대 자산을 보유한 수퍼개미까지 손해가 매우 커졌다.
한국 개미군단은 지난 2020년부터 168조원 어치 주식을 매수했다. 투자금이 늘어난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은 뼈아프다. 40대 맘개미 A씨는 “주식으로 돈 번 사람보다 주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부러울 지경”이라며 “요즘은 뭘 해도 우울하고 (잃은 돈을 생각하니) 삶이 무기력해졌다”고 말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기준으로 한국 코스닥지수는 -12.8%로, 아시아 증시 중 1위 하락률이었다. 한국 코스피도 최근 한 달 동안 9.3% 빠지면서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반면 중국 심천지수는 같은 기간 9% 가까이 올랐고, 대만은 -4.8%, 일본은 -2.2%로 한국에 비하면 선방했다.
20일 전날보다 2% 넘게 빠져 2391.03에 마감한 코스피는 21일 오전 11시 30분에도 2399선에서 거래되면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우 전쟁 악재는 전세계에 두루 영향을 미치지만, 유독 한국 증시만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21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우리가 아픈 이유’라는 제목으로 최근 10년 동안의 월별 증시 수익률이 상세히 담겨져 있는 사진<위>이 화제였다. 2022년 6월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11%로, 월별 수익률 기준 10년래 최악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도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도 없다”고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대통령 출근길 발언 이후, 외국계 증권사들이 묻지마식으로 던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8232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대호 와이스트릿 편집장은 “인플레와 전쟁 이슈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은 (대통령 발언대로) 사실이지만, 대통령은 팩트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숨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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