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과목 면제 받고 세무사자격증 따간 국세청 세무공무원
올해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 가운데 3분의 1 넘는 인원이 일부 과목 면제 특혜를 받은 세무공무원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예년 대비 거의 5배를 넘어선 ‘이상 수치’다.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세무공무원에게 주어지는 ‘특혜전형’이 꼽혔는데, 세무 관련 경력을 가진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이 특혜전형을 국세청 출신이 지난 5년간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국가자격시험 관련 사이트 ‘큐넷’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4597명이 응시한 제58회 세무사 시험의 합격자 706명 가운데 33.6%인 237명이 세무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5년 간 세무사 시험 합격생 가운데 세무공무원 출신자 비율은 연평균 7.4%였는데, 이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세무사 시험 합격자는 2016년 634명, 2017년 630명, 2018년 643명, 2019년 725명, 2020년 711명이었고, 세무공무원 출신은 각각 67명, 38명, 26명, 72명, 47명에 불과했다.
이번 시험 때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폭증한 이유는 2차 시험 과목 가운데 하나인 ‘세법학 1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응시자들 사이에선 이번 시험에서 세법학 1부의 난도가 가장 높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세무 공무원 출신 상당수가 이 시험을 보지 않고 합격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 시험은 1차에서 재정학, 세법학개론, 회계학개론, 선택과목 1개를 보고 2차 때 회계학 1부, 2부와 세법학 1부, 2부 등 4개 과목을 본다. 세무 관련 공무원 경력 10년 이상이면 1차 시험을 면제 받고, 20년 이상인 사람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의 절반인 세법학 1부, 2부를 면제 받는다. 세무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합격자 상당수는 올해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던 세법학 1부를 피해갈 수 있었다.
세무사 시험은 40점 이하면 과락이고, 한 과목이라도 과락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세법학 1부 응시생 가운데 82.1%가 과락를 넘기지 못해 시험에서 탈락했다. 극악의 난이도라고 알려진 이번 세법학 1부의 과락율은 최근 5년간 이 과목 평균 과락률 38%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올해 2차 시험에 응시한 총 인원 4597명 가운데 탈락자는 총 3891명이었는데, 이 중 3200여명이 세법학 1부 과락으로 탈락했다.
불합격 수험생 일부는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엔 서울 도심에서 시위도 주최했다. 세무사 시험 수험생과 현직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국회의사당 인근에 ‘세무공무원 비정상적 합격률’ ‘제공하지 않는 채점 기준’ ‘세무사 2차 시험 채점 기준표 공개’ 등의 문구를 단 트럭을 마련해 국회 주변을 여러 차례 돌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출제영역별로 위촉한 외부 전문가가 일정 기준에 따라 시험 문제를 내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합격률을 조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2009년부터는 세무사 시험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년간 특혜전형으로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487명 대부분이 국세청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혜전형은 국세청 말고도 세무 관련 경력을 가진 공무원이면 누구든 받을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국세청 출신 외 특혜전형으로 합격한 사람은 0명이었다. 특혜전형이 사실상 국세청 출신 세무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전관예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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