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경기도 지역의 한 사립고는 정교사 채용 시험을 치렀다. 지원자는 488명이나 됐고 필기와 면접을 거쳐 13명이 최종합격 명단에 들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합격자 전원의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의 필기시험 점수는 최고점으로 낙방한 지원자보다 현격히 높았다.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25문항 가운데 17문항을 풀이도 없이 정답만 기재한 사례도 있었다. 알고 보니 합격자들은 내정된 상태였고, 이들은 학교측에 6000만원씩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지역 사학법인의 교사 채용비리 개요.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은 20일 정교사 채용을 원하는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18억8300만원을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경기도 모 사립고 이사장,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이사장의 아들 등 모두 3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들을 접촉해 돈을 받아낸 현직교사, 알선 명목으로 돈을 챙긴 목사와 대학 외래교수, 채용 대가를 제공한 기간제 교사 26명(부모 5명 포함) 등이 두루 포함됐다.
경찰 수사와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는 2015년부터 정교사 채용을 빌미로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돈을 받아왔다. 이사장과 행정실장은 평소 재단에서 신뢰가 두터운 현직 교사 2명(구속)에게 정교사 채용을 조건으로 학교발전기금을 낼 수 있는 희망자를 물색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사장과 행정실장은 집에서 비공식으로 희망자를 면접하고 합격자를 내정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은 현직 교사는 내정자를 접촉해 한 사람에 6000만원을 대가로 문제와 답안 등을 전달했다. 가족이나 동료 교사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자정 무렵 인적이 드문 도로변이나 주차장의 차 안에서 문제·답안을 전달하고 시험이 끝나면 회수했다.
정교사 채용을 기대한 26명은 현금 18억83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6억원은 중간 역할을 맡은 현직교사 등이 챙겼다. 한 현직교사는 5000만원을 부풀려 1억1000만원을 요구했다. 그와 공모한 목사는 자녀의 채용을 원하는 동료 목사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 또 교사에게는 9000만원을 전달하고, 교사는 다시 행정실장에게 6000만원만 건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학교는 특히 내정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정교사 채용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교육청이 1차 필기시험은 위탁실시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자 무산됐다. 그러나 이미 돈을 낸 상태에서 채용을 요구하는 내정자가 쌓이는 바람에 결국 작년에는 자체 채용을 강행했고, 이 때문에 감사에서 채용 비리의 꼬리를 밟힌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채용시험에서 행정실장은 필기시험 출제위원과 면접위원들로부터 문제·답안, 면접 질문을 미리 건네받아 현직 교사를 통해 내정자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최종합격한 13명 가운데 결격사유가 있는 한명을 제외한 12명은 정교사로 임용됐다. 그러나 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하자 학교측은 이들에게 임용포기각서를 작성하도록 해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채용 대가로 받은 범죄수익 18억8300만원은 개인적인 채무면제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이사장 등 5명의 보유재산을 추적해 7억7000만원 상당을 기소전 추징보전했다”며 “여전히 일부 사학의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의 종합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작년 11월 검찰에 송치된 주범 행정실장은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함께 기소된 현직 교사 2명에게도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행정실장은 4억2000만원, 현직교사 한 명은 1억3800만원의 추징명령도 받았다.
한편 경기도교육청도 이날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사학의 채용비리에 대한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사립교원도 공립교원과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임용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재정결함보조금에서 지원되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고, 채용 비리와 연루된 법인 임원에 대해서는 임원 승인취소는 물론 관계기관에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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