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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애플 없어도 잘나간다”…최근 2주간 주가 30% 오른 퀄컴의 비결은?

 

[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입력 2021.11.17 09:56
 
 
 
/퀄컴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더욱 빛나는 업체가 있다. 바로 미 반도체 업체 퀄컴이다. 16일(현지시각) 퀄컴 주가는 전날보다 7.89%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일 1주당 가격이 138.48달러였지만 17일엔 이보다 31.3% 오른 181.81달러를 기록했다. 2주 만에 30%가 오른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퀄컴 주가 상승의 이유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 바로 ‘멀티(Multi)’다. 공급망을 다변화(멀티벤더)하고, 수익 다양성(멀티프로핏)을 추진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난 뚫은 멀티벤더

퀄컴은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칩 세계 1위 업체다. 올 3분기(7~9월) 퀄컴의 매출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난 93억3600만달러(약 11조400억원)를 기록했다. 그 중 칩 설계 매출은 1년 전보다 56% 늘어난 77억3300만달러였고, 스마트폰 AP 관련 매출도 56%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퀄컴은 예외이다. 비결은 공급 다변화(멀티벤더)에 있다.

퀄컴은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활용하기 위해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양쪽 모두를 활용한다. 이러한 공급 다변화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었다. 애플의 경우 대만의 TSMC에서 칩을 생산하는데, TSMC가 애플 우선 공급 정책을 유지했음에도 칩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실제 아이폰 판매 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올해 초 파운드리 용량 확보에 초기 대응하고, 최고급 칩 제품에 대한 이중 파운드리를 확보했다”며 “몇 개월 또는 몇 년 전부터 계획했던 공급업체의 새로운 용량이 생산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전체가 난리를 겪는 상황에서 퀄컴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멀티벤더 정책을 통해 공급 문제를 무난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퀄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PC 등 사업 다변화 추진

퀄컴은 무기는 또 다른 ‘멀티’에 있다. 바로 수익 다변화(멀티프로핏)다.

16일(현지시각) 퀄컴은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갖고,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퀄컴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플이 자체 칩을 개발하면서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퀄컴 측은 오는 2023년 출시되는 아이폰에 대한 퀄컴 통신칩 공급 비율이 20%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2024년엔 그 비율이 한 자릿수 대 초반까지 급감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퀄컴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이 없이도 폭풍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우리는 이제 단일 시장 또는 단일 고객과의 관계에 의해 정의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퀄컴은 이날 “차량용 반도체와 가상현실, 아이폰 이외의 다른 모바일 부문에서 매출을 크게 늘려 2024년까지 반도체 영업이 최소 12%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퀄컴은 또 독일 자동차회사 BMW의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자사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은 “연 매출 기준으로 올해 1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BMW와의 파트너십 등에 힘입어 5년 뒤 35억달러, 10년 뒤 8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퀄컴은 스마트폰을 넘어 PC 칩 시장도 노리고 있다. 제임스 톰슨 퀄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2023년에 ARM 기반 새로운 PC용 칩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퀄컴이 최근 인수한 누비아를 통해 PC용 칩을 설계하고 새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누비아는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인 A 시리즈를 만든 개발자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퀄컴은 사물인터넷 부문의 매출이 올해 50억6000만달러에서 2024년 9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VR(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비롯한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서도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했다. 아몬 CEO는 “퀄컴은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역사상 가장 큰 기회 중 시작점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