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김정환…7000만원으로 120억원 번 비결
슈퍼개미…. 개미 투자자로 출발했지만 남다른 안목과 투자기법 등을 통해 성장한 '큰 손'을 말한다. 증권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말 그대로 '슈퍼'급이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해당종목 주가는 춤춘다. 남다르게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투자할까. 어떤 투자철학을 갖고 어떤 기법을 이용할까. 가치투자·단기 매매 등으로 성공한 분야별 전업 투자자, 상장사 인수·합병(M&A)를 시도중인 사업가, 파생상품에 강한 승부사 등 슈퍼개미들을 찾아가 그들의 투자비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따르릉~'
2004년 6월 날씨가 무더워질 무렵. 7000만원을 들고 가치투자를 준비하고 있던 김정환씨(40·현 밸류25 대표)는 급한 전화를 받았다.
"자사주를 매입하려고 하는 데 우리회사 적정주가가 얼마나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화를 건 사람은 먼 친척뻘인 웅진코웨이 임원 A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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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당시 주식 동호회인 '쥬라기'의 창립 임원으로 집필과 강의를 했다. 친척 A씨는 김씨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 의견을 물었다. 자사주 취득을 앞두고 외부에서 보는 웅진코웨이의 적정가치를 알고 싶었던 것.
김씨는 곧바로 웅진코웨이 기업분석을 시작했다. 분석결과 적정주가가 2만원 가까이 나왔다. 당시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의 5배에 달했다. 김씨는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렌털업계 1위로, 막강한 영업력을 지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렌털업체는 초기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나중에 지속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구조와 엄청난 영업능력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렌털사업을 통해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서 영업사원이 매번 고객집을 방문해 뭐가 필요한 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에서 공기청정기, 밥솥 등 생활가전을 추가하기만 하면 되는거죠."
김씨는 이전까지 다른 투자자처럼 기술적 분석, 정보매매, 상한가 따라잡기 등 다양한 투자방법을 구사했었다. 그러나 수년간 연구 끝에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더 나은 투자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친척으로부터 기업분석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고, 웅진코웨이가 2만원의 가치를 지녔는데 주가는 4000원대라는 점을 알게 됐다.
김씨는 준비해놨던 투자금 7000만원을 웅진코웨이에 몽땅 투자했다. 주당 4000원 가량에 매입한 웅진코웨이는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1년여 만에 주가는 1만8000원대로 올랐고 김 대표는 이때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첫번째 가치투자가 성공한 것이다.
웅진코웨이뿐 아니다. 이후 김씨는 투자하는 종목마다 대박을 냈다. 성장가치를 보고 투자한 하이닉스를 1만2000원대에 매입해 2만~2만4000원대에서 처분했다. 자산가치를 보고 투자한 이건산업과 가로수닷컴(현 SG&G)은 7000원대와 1200원대에 사서 1만4000원대와 3600원대에 팔았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투자원금은 수십억원대로 불어났다.
◆ 김정환씨를 스타로 만들어 준 '삼천리자전거'
김씨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워런 버핏. 버핏이 세운 버크셔헤서웨이 같은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꿈을 갖고 김씨는 2005년 자산관리회사인 밸류25를 설립해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야에서는 이제 김 대표를 소문난 주식쟁이로 알아준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치투자를 표방했지만 실제로 주식을 사고 팔아 수익을 냈는 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불신을 종식시키고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고자 삼천리자전거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공시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서였다.
지난 해 1월 김 대표는 처음으로 삼천리자전거 주식 35만3220주(5.27%)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해 5월에 8만9477주(1.33%)를 추가매입, 보유주식을 44만2697주(6.60%)로 늘렸다. 투입된 총 금액은 15억5800만원(주당 매입단가 3520원)이었다.
6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김 대표는 보유지분 전량을 주당 6000원에 매도했다. 매각차익만 11억원에 이른다. 불과 6개월만에 70% 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
김 대표가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었다. 2007년에도 투자해, 큰 성과를 냈다. 2007년에는 공시할 만큼의 수량을 매입하진 않았지만 2008년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200원대에 매입해 5000원에 처분했다.
"현재가 2730원. 웰빙 시대를 통한 자전거수요의 확대와 중국현지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그리고 자전거전용도로의 확충 등으로 실적호전. 목표가 7000원. 보유기간 1년." 김 대표가 2006년 12월 21일 자신의 카페에 올린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추천글이다.
그가 삼천리자전거에 주목한 것은 2006년말부터였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왜 삼천리자전거를 추천했을까.
"어느 날 한강둔치에 갔다가 자전거 타는 사람이 굉장히 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선진국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선진국은 자전거 보급률이 40%가 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4%에 불과했죠. 자전거가 발전하는 단계를 보면 자동차 보급률이 멈춘 다음에 늘더라고요. 또 자전거 전용도로, 서울시의 공영 자전거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시장점유율 55%로 독점기업이나 다름없는 삼천리자전거의 수혜를 확신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점도 삼천리자전거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확신은 단일종목 최대 수익이라는 과실로 이어졌다. 두 차례에 걸친 삼천리자전거 매매를 통해 김 대표는 3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7000만원이었던 투자금은 8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 남들과 다른 가치투자…"수익 확정이 제일 중요하다"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실패하지 않았던 것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삼천리자전거 주가가 코스피 지수 900대로 하락하던 시기에 상승세를 탔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그리될 줄 알았지만 그 타이밍에 급등한 건 운인 것 같습니다. 삼천리자전거 팔아서 주가급락기 저점에 좋은 종목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큰 운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운이 좋았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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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밤잠도 못자고 미국 나스닥시장을 지켜보고 모든 경제지표, 뉴스, 각종 정보를 챙겨야했습니다. 주식 투자하는데 행복함이 없었죠. 어떻게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가치투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치투자 방법에는 여타 가치투자자와 다른 점이 있다. 한 종목을 무작정 오래 들고 가진 않는다는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다.
"가치투자자라고 해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익을 일정부분 확정해서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이 오르면 목표가에 도달하지 못해도 파는 게 맞고 한 종목만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에는 전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주가가 올라 주식가치에 근접한 종목을 고집하기보다 가치에 비해 더욱 저평가된 종목으로 갈아타는 게 나은거죠."
삼천리자전거도 그래서 팔았다고 한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삼천리자전거보다 훨씬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천리자전거로 대박을 낸 김 대표는 다우기술, 성창기업 등을 3000원대와 1만원대에 매수했다. 그는 현재 투자금액이 120억원 가량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 자산·배당·성장…가치투자 3가지 비법은
그렇다면 김 대표의 투자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가치투자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자산이 많으면 기업이 망해도 안전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고객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잡고 투자하자는 겁니다. 기업이 망하더라도 청산가치가 주가보다 높은 회사에 투자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죠. 특히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유휴 자산이 많은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BPS(주당순자산가치)를 이용해 자산가치를 평가한다. 더욱 정확한 자산가치를 알기 위해 해당종목의 주요 부동산을 조사해 주변시세를 알아보는 등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토지는 장부상 취득원가로 기록돼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가가 상승한 경우가 많다. 시가로 자산가치를 산정하면 더욱 정확한 자산가치를 조사할 수 있다.
그는 두번째로 방법으로 '배당가치'를 제시했다. 대체로 우량한 기업은 배당을 많이 준다. 높은 배당은 곧 주주우선정책을 펴고 있는 좋은 기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은행 이자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회사에 투자해 배당을 받는 거죠. 회사입장에서는 투자자들 덕분에 이익을 많이 내, 감사의 뜻으로 배당을 주는 것이어서 배당이 높은 기업은 대체로 주가상승률도 높습니다."
이 같이 배당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은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마지막 투자방법으로 '성장가치' 투자를 들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하고, 그 투자로 인해 추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의미다.
"간단히 말하면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기업을 말합니다. 기업의 매출액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현금흐름이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기업은 이익을 설비에 투자하고 다시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그런 회사죠. 이런 회사에 투자한다면 끊임없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가치도 증가하게 됩니다."
◆ 확신이 든 종목에만 투자해라
김 대표는 많은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다. 잘 아는 종목 서너 개에 집중하는 편이 더 높은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마음이 편하게 됩니다. 마음이 편할 때까지 주식을 줄여야 합니다. 보유주식을 적게 가져가야 매매 전술을 잘 세울 수 있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나오면 제일 처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그날의 매매 전술을 세웁니다. '어떤 종목은 얼마되면 몇 주를 팔고, 만일 더 오르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자'는 식이죠."
하지만 주식투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그에게도 손실을 안겨준 종목은 있었다. 바로 여성 의류업체 한섬이다. 그는 한섬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손실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다행히도 투자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란다.
"주가를 보지 말고 회사의 실적을 보고 손절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한섬은 디자인 브랜드와 자산가치를 보고 투자했습니다. 예상했던 매출이나 영업이익 감소 등이 나타나면 과감하게 손절해야 하지만 한섬이 아웃렛을 만들면서 재고회전율이 좋아지고 있어, 좀 더 지켜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했다.
"자신만의 매매원칙과 철학을 완벽하게 세울 수는 없지만 주식시장의 성격과 정형화된 공식 등을 스스로 익혀,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하나 둘 정립해나가야 합니다.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 행복한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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