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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Q경제] 과연, 화웨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5.24 18:32 | 수정 2020.05.24 19:19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15일 중국 최대 통신기기 업체 화웨이(華爲)에 제재강화 조치를 내리면서, 미·중 5G(5세대 무선통신) 기술 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1년 전 화웨이를 거래금지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며 1차 제재에 들어갔지만 ‘미국 기술이 25% 이하로 쓰였을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예외 조항 때문에 효과가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지요. 제제강화 조치로 이 같은 헛점을 메워 화웨이의 숨통을 더 조이겠다는게 미국의 의도입니다.

화웨이는 패권국인 미국의 십자포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미국은 왜 일개 기업인 화웨이를 이렇게까지 때리는 걸까요? 한국은 이 같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를 다섯가지 질문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화웨이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1.화웨이는 어떤 기업인가요?

화웨이는 삼성전자처럼 휴대전화도 만들고 통신장비도 만듭니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습니다. 중국군 총참모부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가 1987년 창업했습니다.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에선 삼성전자(5830만 대)에 이어 2위(4850만 대)를 기록했습니다.(애플은 3920만 대로 3위)
화웨이는 스마트폰에서도 세계 톱클래스이지만 진짜 경쟁력은 통신장비에서 나옵니다. 특히 차세대 통신인5G 네트워크 장비 기술력이 세계 최고입니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5G 장비 세계 점유율은 2018년 31%에서 작년 26%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위입니다.
작년에 매출 152조원, 영업이익 11조원을 냈고요. 매출은 5년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직원은 19만 4000명에 달합니다. 화웨이는 작년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국제특허 출원 1위, 연구개발비 투자 5위였습니다.

화웨이는 민간 기업처럼 보이지만, 중국군에 납품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진짜 주인은 중국 정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런정페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1% 대에 불과하지요. 화웨이는 나머지 지분을 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는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화웨이(華爲)라는 사명(社名)은 ‘중화민족을 위해 행동한다’는 ‘중화유위(中華有爲)’의 줄임말입니다. 기업의 특징으로는 ‘늑대 문화’가 꼽힙니다. 늑대처럼 예민한 후각으로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파악해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먹잇감이 정해지면 떼를 지어 맹공격해야 한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런정페이 회장은 ‘늑대와 같은 후각’ ‘불굴의 의지’를 특히 강조한다고 하는군요.

2.미국은 언제부터 화웨이를 주목했고 왜 그렇게 때리나요?

미국은 2007년부터 화웨이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미 당국은 뉴욕에 출장 온 런정페이 회장을 조사했습니다. 화웨이가 사실상 그들 소유인 스카이콤을 통해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해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추궁했지만 런 회장은 부인했지요. 이 때부터 미국은 화웨이를 요주의 대상에 올리고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화웨이는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쓰리콤을 인수하려 했는데 미 정부가 차단했습니다. 화웨이가 2010년 미국 서버업체 스리리프를 인수하려 했을 때도 미국 정부가 차단했지요.
그 이유는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화웨이 네트워크의 확산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한 겁니다. 보고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과 같은 정치공작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절도, 이적행위를 할 수 있다”고도 썼습니다.

2017년6월 중국의 국가정보법 시행은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국가정보법은 ‘중국의 모든 기관·시민은 국가정보 업무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화웨이가 이 법에 따라 자사 네트워크를 중국 정부에 열어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삼성·노키아·에릭슨 등 화웨이 등 중국업체를 제외한 세계 주요 5G통신장비 업체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백악관은 러시아가 해킹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과도 맞서야 했지만, 롭 조이스 백악관 사이버안보 조정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군요.
“러시아 해킹이 미국에 주는 위협이 ‘허리케인’이라면, 중국과 화웨이는 ‘기후변화’ 그 자체다.”

3.화웨이의 5G 기술이 미국에 그렇게 큰 위협인가요?

화웨이와 중국이 전세계 5G 시장을 장악해 세계 표준이 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엄청난 위협이 됩니다. 5G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이나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의 보급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기술의 경우, 차량 자체의 판단만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지요. 따라서 교통망과의 차량 사이에 대용량·초고속의 데이터 통신이 필요한데, 이 때 5G가 필수입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 제재의 본질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기술패권의 핵심인 5G에서 가장 앞서 있는 화웨이를 무너뜨림으로써, 중국이 5G 주도권을 잡는 것을 막고 자신들이 주도권을 되찾을 시간을 벌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4.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의 미국 5G 장비 수출 등에서는 더 큰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5G 네트워크장비 업체인 에릭슨·노키아와 함께 초대됐는데, 회의에서 미국은 ‘화웨이를 배제한 단일한 거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미국에 안전한 5G시스템을 만들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5G 네트워크 장비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은 이 때 미국의 화웨이 배제 전략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G 장비 점유율은 2018년 5위(5%)에서 작년 3위(23.3%)로 도약했습니다. 작년 통계에서 주목할 것은 1·2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화웨이가 1위는 유지했지만 점유율이 26.2%로 삼성전자와 2.9%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2위인 스웨덴 에릭슨의 점유율은 3위 삼성전자보다 불과 0.1%포인트 높았습니다. 이 정도 격차라면, 삼성전자가 조만간 세계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설 수도 있어 보입니다.

5G와 관련된 세계 핵심기업 중 5G관련 모바일기기, 모뎀칩, 통신장비 등을 전부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화웨이와 삼성전자 뿐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5G 통신 뿐 아니라 메모리·카메라센서·반도체위탁생산·중앙처리장치·디스플레이·적층형세라믹콘덴서·가전 등 5G 시대 핵심 경쟁력을 거의 모두 가진 유일한 기업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화웨이가 미국은 물론 서유럽 등 미국 동맹국의 시장에 진출을 못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자사의 다양한 기술력을 활용해 더 큰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5.미국과 화웨이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화웨이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끊어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은 패권국이고 전 세계 동맹국을 움직일 힘이 있지요. 이런 점만 보면 미국이 훨씬 유리해 보이지만 승부 예측은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중국이 자국 중심으로 기술 기반을 대체하고 어떻게든 지원 세력을 규합해 5G 보급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살아남아 성장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사태도 변수입니다. 소비가 GDP의 70~80%에 달하는 미국은 현재 국가 재정을 내수와 고용 살리기에 쏟아붓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당초 한국과 함께 가장 먼저 5G 보급에 나섰지만, 현재 진척 속도가 느립니다.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의 5G 보급도 코로나 사태로 더 늦어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프랑스에선 5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할당이 당초 4월에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주파수 할당이 연기될 전망입니다. 한국도 지난 3월까지 5G 서비스 가입자수가 588만명으로, 올 상반기까지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까지 5G 스마트폰 가입자가 누적 5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5G폰 가입자는 올해 전세계 가입자의 70%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2025년에는 중국이 누적 8억건으로 전 세계 가입자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은 5G네트워크를 전국에 깔아 자율주행·빅데이터·AI 등의 보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내 5G 보급을 늘려 화웨이 같은 기업과 내수도 살리고, 자

 

율주행·AI 기술 등에서도 앞서가는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말 5 G 서비스 지역의 확대를 가속화하는 내용의 새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차이나모바일 등 국유 통신기업 3사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통신3사의 5G 투자는 합계 1800억위안(31조원)으로 전년의 4배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4/20200524018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