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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韓銀 "두달 내 코로나 확산 막아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충격"


입력 2020.04.12 12:00

'세계 경제 V자 반등론' 반박
"코로나 막아도 고용 부진·불안심리 여전…점진적 회복할 것"

두어달 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잡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세계 경제가 급반등할까.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까지 코로나 확산을 막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말하는 ‘V’자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과거 아시아 독감·홍콩 독감 사태 봤더니…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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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코로나 사태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우선 과거 전염병 확산 사례를 살펴봤다. 지난 1957년 아시아 독감 사태, 1968년 홍콩 독감 사태 등이다.

아시아 독감 사태 때는 전 세계에서 110만명이 숨졌고, 홍콩 독감으로는 50만~200만명이 사망했다. 이들 전염병의 국제적인 감염 사태는 산별적·국지적으로 1~2년간 이어졌다.

아시아 독감 사태 당시 주요국은 1~2분기 정도 성장세가 둔화된 이후 회복됐다. 홍콩 독감 사태 때도 확산세가 빠르게 진행되던 기간을 중심으로 1분기 정도 성장세가 둔화된 이후 회복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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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는 그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두 차례 모두 최초 발생 이후 6개월 정도에 걸쳐 글로벌 확산이 진행된 반면, 코로나 사태는 2개월만에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한은은 “이는 과거 팬데믹 당시 인적·물적 교류가 지금보다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더군다나 과거 사례에서는 전염병이 주요국에서 시차를 두고 확산됐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이번 코로나 사태와는 다르다. 한은은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연계성 강화, 도시화 및 정보화 진전 등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 주요국 경제 동시타격…과거보다 충격 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전방위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특징은 주요국 경제가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미국, 중국, EU, 일본 등에서 1~2개월 사이에 퍼지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보다 크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특히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 유로 지역 등 선진국이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 확산 억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고용상황 악화→가계소득 감소→소비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성장 둔화는 상품 교역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주요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이들 경제가 동반 부진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증폭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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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코로나19 확산 억제 조치에 따른 글로벌 인적 교류 위축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중국, 독일, 미국 등 주요 확산국의 해외 여행 감소로 세계 관광산업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는 태국, 홍콩, 포르투갈 등 관광산업 비중이 큰 국가들에게 큰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금년 중 항공 수요는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향후 3개월간 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올해 항공 여객 수입이 전년 대비 38%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국이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중간재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제조업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중국발 중간재 공급 충격이 글로벌 제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2월부터 가시화되는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실물 부문 충격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제 금융 시장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근 일부 취약 신흥국 및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신용 리스크가 확대되고 해외자본이 유출되면서 주가 및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기업 부채가 급증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물 부진의 장기화는 ‘채무상환능력 악화→신용리스크 확대→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금융부문을 통해 충격이 더욱 증폭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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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 금방 막아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충격”

한은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에 전례 없이 큰 충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염병 확산을 빠른 시일 내에 막는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전염병 확산이 2분기중 진정되더라도 금번 사태는 세계 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버금가는 수준의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 심리와 경제 활동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올해 하반기 중 주요국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봤다. 그렇지만 각국의 확산 억제조치 지속, 해고인력 재고용 지연, 경제주체의 불안심리 잔존 등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할 전망이다.

그러나 만약 2차 확산이 발생하는 등 다소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그런 기대도 하기 어렵다. 한은은 “(2차 확산 발생 시) 금년 중에는 주요국 경제활동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주요국 중간재 생산차질에 따른 공급망 훼손이 장기화되고,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는 등 금융 불안 역시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2/20200412005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