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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그 얘기 들었어? 돈의 달인 버핏, 이번엔 은행주도 팔았대

입력 2020.05.18 22:55 | 수정 2020.05.18 23:26

투자 대가들의 '코로나 포트폴리오'

"버핏이 골드만삭스를 버렸다, 이제 정말 걱정해야 할 시간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투자 은행(IB)인 골드만삭스 보유 주식을 1200만주에서 190만주로 대폭 줄였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블룸버그는 이렇게 전했다. 일단 매수하면 좀처럼 팔지 않는 버핏의 장기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주식 매도 소식이 큰 악재였다.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버핏은 델타·아메리칸 등 미국 4대 항공사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US뱅코프·JP모건체이스 등 은행주도 대거 처분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9월,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약 6조20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하며 공포에 휩싸인 전 세계 주식시장에 안도감을 선물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버핏의 금융주 매도는 한국 증시의 은행 업종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 올랐지만, 은행 업종은 이날 1.4% 하락하면서 약세였다.

◇버핏, 항공주 이어 은행주도 처분

버핏은 이미 통장에 노는 돈이 역대 최대인 1370억달러(약 169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서둘러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 돈이 급한 것도 아닌데, 항공·은행주를 대거 팔아치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자, 버핏이 단순 가치 투자에서 성장 가치 투자로 투자 행태를 진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진환 한투증권 랩운용부서장은 "과거 경제 위기에는 낙폭 과대를 투자 기회라고 인식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업종 간 실적 우열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별 투자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강대권 유경PSG운용 상무는 "과거 2008년 위기는 돈이 풀리면 해결되는 금융 위기였지만 2020년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순 없는 실물 위기"라며 "여행 수요가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돈을 벌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주와 금융주 매도는 시황 불문하고 매도가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버핏이 행동에 나섰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장기적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겠지만 항공이나 은행 섹터는 추후 재무 구조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과감히 처분했을 것"이라며 "버핏은 현금을 그냥 놀릴 스타일은 아니지만, 좋은 기업 주식은 이미 다 가격이 올라 비싸서 기다리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언택트 업종과 유가 상승에 베팅

투자 대가들이 모두 버핏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가치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세스 클라만 바우포스트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폭락장에서 몇 주에 걸쳐 15억달러가량의 주식을 매수해 큰 수익을 올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알파벳(구글의 모회사)과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은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원유에 통 크게 베팅해 재미를 봤다. 아이컨은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원유를) 상당히 많이 사서 돈 좀 벌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세계적인 수요 급감 우려가 커지면서 폭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20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배럴당 -37.63달러)을 기록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정유 업체 CVR에너지에 전화해 원유 매수를 지시했다"며 "우리 역사에서 마이너스 유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날 CVR에너지는 원유 100만~200만배럴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체면을 구긴 대가들도 있다. 세계적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의 주력 펀드는 올해 1분기(1~3월)에 약 20%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에도 해당 펀드는 상승 추세에 베팅했다가 큰돈을 잃었다. 주식·채권·원자재 등에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글로벌 증시가 요동칠 때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았지만, 모든 자산이 동반 하락하는 코로나 사태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달리오는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방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든 위험성을 줄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8/20200518036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