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도 코로나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 회장은 2일 연례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 1분기에만 주식투자로 556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선 “미국의 기적이 승리할 것”이라고 희망적 발언을 날렸지만, “빚내서 투자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날 주총에서 투자자들이 알게 된 주요 사실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원래 오마하에 수만 명이 모여 버핏의 육성을 듣는 일종의 축제처럼 열리지만, 이날은 코로나 여파로 라이브 동영상으로 진행됐다.)
◇① ‘오마하의 현인’도 68조원 잃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주식·파생상품 투자에서 555억달러 손실을 기록했고, 전체적으로는 497억달러 마이너스가 났다”라고 밝혔다. 과자 회사 ‘시스캔디’, 보험사 ‘가이코’ 등 보유한 회사들이 그나마 59억달러 정도 영업이익을 기록해서 회사 전체 손실은 497억달러였다. 그는 지난 1분기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고 했다. 65억달러 어치를 매도했다.
◇② “믿을 것은 현금뿐”
버핏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증시 폭락을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기보단, ‘투자하긴 위험한 때’라고 판단했음이 주총에서 드러났다. 주식을 판 돈은 현금, 혹은 현금과 비슷하게 여겨지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 등에 쌓아두었다고 한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성 자산(미 국채 포함)은 사상 최대인 1370억달러로 불어났다.
그 많은 현금으로, 가격이 많이 내려간 회사를 사버리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해서도 버핏은 부정적이었다. 그는 “매력적인 회사가 안 보인다. 화끈한 무언가가 보이면 300억, 400억, 500억달러가 들어가더라도 회사를 사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지금으로선 현금이 그나마 믿을만한 투자처란 뜻이다.
◇③ 버핏도 손절매…“항공사 투자는 잘못된 판단”
버핏은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할 즈음, 항공주 가격이 내려가자 이를 대거 샀다. 그러나 막대한 손실을 보고 결국 주식을 팔아버렸다. 판단을 비교적 빨리 바꿨다.
그는 항공산업 투자에 대해 “실수였다. 이해할 만 한 실수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항공주를 살 때는 항공산업 전반에 투자할 매력적인 여건이 형성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틀렸다. 항공 산업은 항공사 사장들도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음을 알게 됐다”라고 했다. “3~4년 후쯤 아마도 사람들은 다시 비행기를 탈지 모르지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습관이 변화하고, 비행기 탑승객이 전만큼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항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운항편과 상관없이, 보유한 비행기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항공사는 비행기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요!”
◇④ “빚내서 투자는 참아주시오”
버크셔해서웨이는 자기 회사 주가가 내려가자 2월말~3월초에 걸쳐 자사주를 17억달러 어치 사들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4월엔 멈췄다. 투자회사 ‘에드워드존슨’의 제임스 새너헌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버핏조차도 자기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마당이다. 다른 투자자도 주식을 사서는 안 된다는 신호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올해 들어 19%가 하락했다.)
버핏도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증시가 많이 내려간 상태이긴 하지만, 빚내서 투자하는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염병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제 미국 주식에 투자해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요인은 여럿 있겠지요. 그러나 빌린 돈으로 투자할 정도로 확실한 요인인가 하면, 그건 아니죠.”
◇⑤ “수십년 본다면? 미국 증시 ETF를 사라”
버핏은 이날 코로나 팬더믹에 대해선 다소 희망적으로 이야기했다. 언젠가는 시장이 진정되리라는 얘기였다. “우리는 이보다 더 힘든 문제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미국의 기적, 미국의 마법이 승리했지요.” 하지만 이 말이 ‘그러므로 투자하자’란 뜻은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그는 “미국에 베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베팅해야 할지는 아주 주의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시장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힘을 믿고 수십년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미 증시 자체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한다고 했다. ‘S&P500 ETF’ 등은 기초 자산이 되는 지수의 오르내림에 수익률이 연동된다. 그는 “미 증시 ETF에 투자하고 수십년 그 투자를 유지한다면 미 국채, 혹은 다른 사람들이 사라고 하는 그 어떤 투자 상품보다도 좋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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