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철 정책·소비자팀장의 '프리즘']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빼앗는다" → OECD "아니다"
50대·20대 선호하는 직장 서로 달라 간섭현상 없어…
일자리 나눠먹기 대신 새로운 산업 일으켜야
'아버지 세대의 퇴직 연령 연장이 자녀 세대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건 맞는 말인가?기획재정부는 올해 한전에 대한 공공기관 평가를 할 때 임금피크제가 신규 채용에 영향을 줬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작년 초 공기업인 한전이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정년 연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정부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간한 '청년고용 종합 보고서(Jobs for youth)'에서 "고령자가 은퇴를 늦출수록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오류(fallacy)"라고 밝혔다. OECD의 주장이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얘기일까?
◆"50대와 20대 일자리는 다르다"
OECD는 '고령자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다'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회원국의 50대 중후반(55~59세)과 20대 초반(20~24세)의 고용률을 비교했다. 50대 중후반의 고용률이 높은 덴마크·체코·네덜란드 등은 청년층의 고용률도 높았다. 50대 중후반의 고용률이 낮은 헝가리·터키·이탈리아·그리스 등은 청년층 고용률도 낮았다.
우리나라의 현대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고령층과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나 실제 근무하는 업종이 달라 서로 일자리를 뺏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8.6%), 공기업(17.6%), 대기업(17.1%) 순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층이 주로 근무하는 직장은 직원 수 300~499명의 중소기업이다. 또 20~29세 청년층이 주로 근무하는 업종은 공공·개인·사회서비스업(21.9%), 금융보험업(21.3%)인 반면, 50~59세가 주로 근무하는 업종은 음식숙박업(24.8%), 농림어업(24.0%), 건설업(22.5%) 순이다.
◆잘못된 믿음은 나라별 고용률 차이에서 온다?
반면 덴마크에서는 20%의 국민만이 '동의한다'고 대답했고, 고작 11%만 '매우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일랜드·영국·네덜란드 등에서도 50% 이상이 '은퇴 시기를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맞지 않다고 대답했다.
OECD는 "헝가리·이탈리아처럼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률이 다 낮은 나라에서는 '은퇴를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믿는 경향이 강한 반면, 덴마크처럼 고용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그런 통념을 믿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OECD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노인, 교육정도가 낮을수록 그렇게 믿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해법은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보다는 고령층과 청년층 모두에게 골고루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09년 현재 고용률은 62.9%로, OECD 평균 고용률(64.8%)에도 못 미친다.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고용률이 20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층 일자리를 뺏는다'는 통념이 만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장은 "고령층의 일자리를'나눠 먹기' 하는 방식으로는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70년대 건설, 80년대 무역, 90년대 전자라는 식으로 2010년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옛 구로공단이 IT·문화 산업 중심의 디지털단지로 바뀌면서 젊은 층이 몰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 같은 일자리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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