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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 무역 역조의 주범이 단지 환율만은 아니다

[Weekly BIZ] 무역 역조의 주범이 단지 환율만은 아니다

  • 판강 베이징대 교수·중국국민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1.02.11 15:10

칼럼 outside
중국 작년 위안화 절상 미미했지만 무역 흑자는 전년 대비 6.4% 감소
달러 가치 하락없어도 美 적자 줄어 불균형 원인은 각국의 구조적 문제

판강 베이징대 교수·중국국민경제연구소 소장
2010년 내내 중국은 미국 의회로부터 대규모의 무역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행위가 오늘날 세계 경제의 엄청난 불균형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미국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상하라는 요구도 계속 거부했다. 논란이 일어났던 2010년 6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는 약 3% 절상됐을 뿐이다. 이런 미미한 위안화 절상과 전년 대비 31%에 이르는 중국의 수출 증가세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엄청나게 늘려놔야 할 터였다. 적어도 미국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의 분석틀로 본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중국의 2010년도 무역 흑자는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중국의 무역 흑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이미 30% 줄어들었었다.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무역 흑자는 2년 새 36%나 줄었다. 지난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4.6%에 불과했다. 최고치였던 2007년의 11.3%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환율이 무역 역조의 주범이라는 이론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폭의 환율 조정 없이도 지난 2년간 중국 경제는 대외 무역관계에서 훨씬 더 균형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가 뭘까? 중국의 강한 내수 성장세 때문이다. 2010년 소비재 판매는 14.8% 증가했다. 국내 고정 투자는 19.5% 늘었다. 그 결과 미국 달러 기준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38.7%에 달했다. 수출 증가율(31%)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는 환율 변동과는 관계없이 경제의 내수 부문이 균형을 이루면 대외 부문도 균형을 이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은 앞으로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해가면서 무역 흑자 규모도 더 큰 폭으로 줄여 갈 수 있을까? 나는 새 5개년 경제 규획이 시행되는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전망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영기업의 배당금을 더 거둬들이고, 석유나 석탄 산업에 대해 원자재 세금(resource tax)을 끌어올리는 등 대규모의 재정·세제 개편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이는 기업 저축을 줄이고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기 위해서다. 또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늘이기 위해 앞으로 몇 년간 개인소득세 역시 단계적으로 낮출 것이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사회 안전망에 대한 대대적 개혁도 예정돼 있다. 농촌 인구는 물론 도시의 농민공(農民工)들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사회 안전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농촌지역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도시로 이주한 농촌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공공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장·단기적으로 가계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다.

이 모든 개혁 과제들이 완수되면 중국의 저축률은 현재의 51%에서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국민경제의 총저축 규모를 따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효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감소시킬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중앙이고 지방이고 할 것 없이 도시화와 공업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안달이 나 있다. 중국 전역에 고속철도망을 깔 계획이고, 주요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지하철과 경전철 등 대중교통망을 새로 구축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의 도시 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도시 기반시설들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이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이 48%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시 인프라에 대한 높은 투자 열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투자는 국내 저축의 대부분을 소진시킬 것이고, 수입 증가세 역시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5년까지 4%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쉽게 달성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글로벌 불균형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은 어떨까? 다행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도 수출 증가에 힘입어 최근 몇 분기 동안 계속 줄고 있다. 유로화와 다른 주요 통화들의 약세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내리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글로벌 불균형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환율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