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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율

한은 통화정책 원화 강세 '딜레마'...1월 기준금리 동결 '유력'

입력 : 2018.01.17 06:05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물가는 종전치 유지할 듯
저물가·미 금리 인상 등 셈법 복잡...원화 강세 변수

한국은행이 원화 강세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와 금융안정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의 기준 금리 방향과 국내 경기 상황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복잡한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금리 인상 분위기와 우리나라 성장률 지표 개선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 목표치(2%)를 밑도는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을 보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것은 한은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장중 10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수입물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0% 하락했다. 수입물가가 전년동월대비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 이후 14개월만의 일이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8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연 1.50%)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정책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당장 더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원화 강세로 저물가 지속...물가만 보면 통화 완화 필요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및 물가 전망 수정치도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9%)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반면 물가 전망치는 종전(1.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를 기록하며 정책 목표에 근접했지만 올해 물가 수준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소폭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은 물가 상승 요인이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이 물가 하락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올해도 물가가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상황에서도 물가 수준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 원화 강세 '딜레마'...1월 기준금리 동결 '유력'

원·달러 환율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9월 말 115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3개월 동안 80원 하락했고, 이달에는 1060원대로 내렸다.(원화 가치 상승)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1000원대초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원·달러 환율이 1분기 평균 1080원에서 2분기 10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소폭 반등하더라도 1100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씨티와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스는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1070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원화 강세 요인이 뚜렷하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북한 리스크도 둔화됐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고,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자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한·캐나다 상설 통화 스와프 협정도 원화 강세를 부추긴 요인이다.

원화 강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7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입물가도 하락했다. 작년 12월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1.6% 내렸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2.1% 떨어졌다.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1.0% 하락했다. 수출입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수출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은은 수입 물가가 생산자물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한 달 정도인 것으로 추정한다. 원화 강세는 국제 원유 가격에 따른 물가 압력을 상쇄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낮아지지만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 국내에서 이뤄져야 할 소비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를 밖으로 빼내 수요 측면에서 물가 압력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 3~4차례 금리 인상 전망...금리 역전 감내할까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3~4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작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과 긴축 속도를 맞추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고 해서 당장 국내에서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충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고, 내외금리 차 확대는 다시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환경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긴축의 속도가 빨라지면 정책 금리에 연동되는 단기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긴축 속도는 물가에 자극을 주면서 내외금리 차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균형 지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올해 최소 3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도 긴축으로 향할 것”이라며 “다만 저물가 등을 고려해 금리를 1~2차례 인상하는 등 긴축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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