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24 12:47
원·달러 환율이 1065원대로 떨어져 마감한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70.0원에서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30분이 지나면서 1064원대까지 밀렸다. 중국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가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36% 낮은 6.4169위안으로 고시한 직후 원·달러 환율도 함께 하락한 것이다. 그 전날인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지표가 발표되면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을 점검하고 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동안 외환 딜러들은 하루 중 개장 전이 가장 바빴다. 밤사이 미국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 움직임이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장 후 오전 10시30분쯤이 신경이 가장 곤두서는 시간대로 바뀌었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중국 외환거래센터가 고시 환율을 발표하는 10시 30분은 외환시장 개장 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도 위안화 고시 환율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위안화 절상폭이 원화 강세에 가속 페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060~1070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우세하지만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1060원선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지점을 기준으로 박스권이 형성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은 외환 당국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가 됐다.
◆ 韓·中 경제 연관성 커지며 원화·위안화 동조성 확대
지난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1130~1140원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석 달 동안 급락세를 보이며 60~70원 하락했다. 이달 초에는 장중 105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해부터 위안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 하락의 ‘트리거(trigger·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약달러 분위기에서 중국이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위안화 환율을 고시한 영향도 원·달러 환율에 반영됐다”며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 흐름을 고려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원화 흐름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가 실물 부문에서 연계성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중국 경제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의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위안화가 약세일 때 원화가 동반 약세 흐름을 보이고, 최근 위안화가 절상되면서 원화도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원화에 대한 위안화 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경제가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중국 경제 전망이 좋아지면서 우리 경기 호조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며 “외환 투자자들도 우리 경제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듭된 위안화 절상은 우리 외환 당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위안화 절상 추세가 원화 강세를 더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안화 가치 2년 만에 최고 수준…위안화 절상 이어질듯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중국 외환거래센터는 23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6.400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달에만 위안화 가치가 2% 넘게 절상됐다(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하락).
예상을 웃도는 경제 실적과 경기 회복세가 위안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6.8%보다 높은 수치다. 내수의 견고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속도를 내고 있는 세계 경기 회복세도 중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경기의 견조한 회복세가 이어지며 위안화 강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된 것도 위안화 강세 요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달러 약세만으로 최근 위안화 강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달러 약세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호조 등이 중국 디레버리징 리스크를 빠르게 완화했다”며 “최근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는 것도 위안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최근 인민은행의 조치에서도 확인된다. 이달 인민은행은 고시환율을 결정할 때 ‘역주기 요소’를 고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주기 요소란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결정할 때 시장의 비이성적인 쏠림 현상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 환율을 결정할 때 전날 종가와 통화바스켓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데, 지난해 5월부터 추가로 역주기 요소를 환율 결정 사항에 포함했다.
인민은행은 당시 중국 경제 성장세가 이어졌음에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하에 대한 비이성적인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요소가 고려되면서 하락하던 위안화 가치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인민은행이 8개월 만에 역주기 요소를 환율 결정에서 고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인민은행의 조치는 역주기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도 위안화 절상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중국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실제로 위안화 절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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