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해 말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3회 정도 올릴 수 있다는 뜻을 시장에 전했다. FOMC는 이미 지난해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다. FOMC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값이 강해진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외에 투자된 달러가 높은 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환류하면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값 하락이라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91.93을 기록,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개월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에만 9.9% 하락했다.
이런 달러값 하락 추세에서 원화값 강세는 두드러진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3원 오른 1061.2원대까지 치솟았다. 3일 원화가치는 3.3원 내린 달러당 1064.5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원화값 상승세는 꾸준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가치는 지난해 4분기에만 7.93% 올랐다. 최근 1년 동안 원화값의 상승 폭은 13.83%로 주요국 통화 중 유로화(15.34%)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달러값 강세, 곧 원화 약세를 예상했던 시장에서 원화값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3%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790억 달러)도 지난해(81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완화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화 제의를 하는 등 분위기가 나아지며 원화 자산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의식한 데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시장 개입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원년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그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입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도 생긴다. 내수 활성화를 꾀하는 정부 입장에서 원화 강세가 나쁘지만은 않다.
김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감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고 FOMC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달러화 약세, 원화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지속하자 수출 기업은 긴장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일시적으로 달러당 1000원이 깨질 수 있다고 예상되는 만큼 수출 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원화값이 10% 오르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3% 감소하고, 원화 실질가치가 1% 오르면 수출물량이 0.12%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엔화값 상승 폭이 원화값 상승 폭에 못 미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13.83% 오른 데 비해 일본 엔화 가치는 4.68% 오르는 데 그쳤다.
반대로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나 직구족에게 원화 강세는 반가운 소식이다. 원화값이 비싸지며 실제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골드PB팀장은 “외환 송금이나 여행 등 실수요 목적이라면 한 달 혹은 3개월 등 주기적으로 환율을 점검해 분할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외환 예금의 경우 일반 예·적금 금리보다 낮은 만큼 환전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금리 수준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변동이 심해지자 3일 급격한 환율 쏠림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환율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급격한 쏠림에는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미국 금리 올렸는데 … 원화 석달새 8% 급등 왜
한국 경제 펀더멘털 기대감 커지고
김정은 신년사로 북핵 리스크 완화
정부, FTA 협상 앞두고 관망 태도
부담 늘어난 수출 기업들은 긴장
김동연 “급격한 쏠림 단호히 대처”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가치는 지난해 4분기에만 7.93% 올랐다. 최근 1년 동안 원화값의 상승 폭은 13.83%로 주요국 통화 중 유로화(15.34%)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달러값 강세, 곧 원화 약세를 예상했던 시장에서 원화값 강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3%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790억 달러)도 지난해(81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완화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화 제의를 하는 등 분위기가 나아지며 원화 자산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의식한 데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시장 개입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감세로 인해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고 FOMC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달러화 약세, 원화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지속하자 수출 기업은 긴장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일시적으로 달러당 1000원이 깨질 수 있다고 예상되는 만큼 수출 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원화값이 10% 오르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3% 감소하고, 원화 실질가치가 1% 오르면 수출물량이 0.12%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엔화값 상승 폭이 원화값 상승 폭에 못 미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13.83% 오른 데 비해 일본 엔화 가치는 4.68% 오르는 데 그쳤다.
반대로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나 직구족에게 원화 강세는 반가운 소식이다. 원화값이 비싸지며 실제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골드PB팀장은 “외환 송금이나 여행 등 실수요 목적이라면 한 달 혹은 3개월 등 주기적으로 환율을 점검해 분할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외환 예금의 경우 일반 예·적금 금리보다 낮은 만큼 환전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금리 수준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변동이 심해지자 3일 급격한 환율 쏠림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환율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급격한 쏠림에는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미국 금리 올렸는데 … 원화 석달새 8% 급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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