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안빨라 弱달러
수출 호조로 흑자 폭 늘고
美 압박에 당국 손발 묶여
환율 하락 가속화될 듯
北 잠잠하면 1050원 갈수도
2018년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협박으로 인해 우리 외환 당국의 손발이 묶인 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북핵 같은 돌발 사태가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1차 심리선인 1050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업체엔 일부 부담이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3회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상반기부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등장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내려간다면 환차익을 노리는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세를 확대시키므로 한은으로서는 한숨을 돌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8일 1070.50원으로 마감하며 2014년 10월 10일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1월과 12월 월평균 환율이 각각 26.66원과 16.87원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는데, 2017년 마지막 장에서도 가파른 하락세를 재확인했다. 2016년 종가 1207.70원과 견주면 1년 만에 원화 가치가 12.8% 올라갔다.
이는 10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횟수가 줄어든 데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 달러 약세가 나타난 데서 기인한다. 국내 요인으로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성장률 개선 효과에 더해 한은이 11월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원화 강세를 불러온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원화 강세 기조 자체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에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3%로 놓고 봤을 때 적정 환율을 1017원으로 보는데, 현재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5.5%에 이르는 수준”이라며 “북핵이 안정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105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장기화가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기준금리와 별도로 시장금리는 미 연준에 매파(긴축 선호) 진입 가능성과 미 국채 발행 물량 증가 등으로 연초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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