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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꿈꾸는 자들의 섬, 노량진

꾸는 자들의 , 노량진





▫방송일시 : 2009년 11월 22일 (일) 밤 8시, KBS 1TV


▫연출 : 최영일 PD


▫ 글 : 손민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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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서 만난 고시준비생들에게 물었다.


“ 노량진은 당신에게 어떤 곳입니까? ”




“ 노량진은 감옥 같은 곳입니다 “ 


“ 여긴 전쟁텁니다 “ 


“ 노량도(島), 합격해야 탈출할 수 있는 섬 입니다 ”




청춘을 저당잡힌 감옥 같은 곳…


그러나 어떤 이들은 꿈을 이루게 해주는 고마운 곳이라 말하기도 했다.




“ 꿈을 이루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서 조금만 더 준비하고 노력하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


“ 꿈의 시작,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제 꿈을 시작할 수도 없고, 이룰 수도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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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촌, 노량진을 찾아가다 











누군가는 노량진역을 나서는 사람들을 가리켜 십대면 대입 준비생, 이십대 초반은 재수생, 이십대 중반부터 삼사십 대까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일 거라 말한다. 그만큼 노량진엔 학원이 많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1979년 유명 대형학원들이 노량진으로 이주하면서 수험생과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지금의 고시촌을 형성하게 된 노량진. 이곳엔 고시학원이 36개, 고시원이 157개에 달하는데, 노량진 고시촌에서 고시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노량진의 청춘들을 만나봤다. 






▣ 노량진, 그곳에서 꿈꾸는 이들




▷이주연 (28) / 경찰공무원 준비생


“ 첫 차 타고 가는 사람들… 나도 저 사람들 사이에 껴있어야 되는데 지금 여기 있잖아요. 차타고 어


디 가고 첫 차 타고 출근하는 모습 보면 부러워요. 저 사람들은 뭔가를 준비하고 직장이든 뭔가를 위


해서 가는데 나는 여기 있으니까  빨리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죠“



 








 




지방대를 졸업하고, 2년간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한 스물여덟 청년 이주연 씨, 매일 새벽 3시 30분 기상, 학원과 독서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첫차를 타고 어디론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그. 다른 이에겐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그에겐 간절한 꿈이 돼버린 현실 속에서 2년간의 노력 끝에 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꿈을 이룬 그에게 노량진은 어떤 의미일까






▷김세권 (30) / 소방공무원 준비생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었으면… 이번 시험에 꼭 붙어서… 부모님이랑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보답하고 싶어서 시험을 때마다 마지막이길 기도하고 시험을 보죠. 시험에서 합격해서 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


 










 


어린 시절 잦은 화재사고를 겪으며 소방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김세권 씨, 한 달에 30만 원정도 하는 고시원비를 낼 형편이 못돼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자습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합격. 그러나 지난 9월, 올해 마지막으로 치러진 시험에서 그는 여덟 번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시간을 쪼개 용돈을 벌기 위해 나선 세권씨… 아홉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 과연 노량진을 떠날 수 있을까? 






▷김00 (30) / 세무직공무원 준비생


“고시원에 살 때, 이 언덕 넘어서 이쪽에서 밥 먹고, 이길 따라서 쭉 가서 이렇게 딱 갔어요. 그런 생


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게 세상의 다다… 그런 생각. 이것 말고는 더 없다. “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처음 만난 제작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서른 살 청년. 몇 달간 일을 해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몇 달간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이렇게 생활한 지 벌써 4년. 무조건 합격하겠다는 생각으로 고시촌을 전전하며, 그는 어느새 서른 살 장수생이 돼버렸다. 그런데 내년 4월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모아놓은 돈 마저 떨어졌다. 당장 고시원을 나가야 하는 상황, 그는 지난 4년간 키워온 꿈을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 노량진, 그곳의 꿈꾸는 풍경




▷30년 역사를 함께 해온 대표적인 장소들  


 










 


3.3㎡ (약 1평) 남짓한 공간, 책장이 달린 책상 하나와 작은 침대만으로도 비좁은,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곳 – 고시원, 


새벽 특강, 스타 강사, 자리 잡기 경쟁, 오로지 합격을 향해 달리는 학생들이 가득한 곳 – 고시 학원


서울에서 밥값이 제일 싼 곳, 2천원이 안 되는 돈으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마음까지 채워주는


- 고시 식당


집중력을 위한 귀마개, 하루 종일 고생하는 엉덩이를 위한 방석, 초단위로 시간을 재며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초시계가 상비돼 있는 곳 – 문구점


이곳에 가면 노량진의 패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일명 ‘삼선 슬리퍼’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 신발가게




노량진의 고시촌과, 또 고시준비생들과 함께 살아온 장소들.. 그곳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나눔의 가치가 실현되는 곳 ‘노량진 강남 교회’


“ 뭔가 거머쥐어 보겠다고 이 노량진 바닥에 와서 끼니도 제대로 못 먹고, 어떤 애는 아침 한 끼 먹고


사는 애도 있고요. 처음에 올 때는 눈이 반짝반짝하고 희망이 있었던 애들이 절망의 그 표정들… 어깨 축 쳐져가지고 밥 한 끼 먹으러 오는데 말로 다 할 수 없이 불쌍해요“










 




10년째 고시생들에게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노량진 강남교회, 이곳은 교회에서 아침을 먹으며 공부한 노량진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보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꿈을 이루고, 자신의 꿈을 이뤄 누군가의 꿈을 후원해 주는 노량진의 따뜻한 사연을 만나본다






▣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을 견디지 못해 노량진을 떠나는 사람,


새로운 꿈을 안고 노량진에 들어오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도 노량진에는 안정된 직장과 미래를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다


누구보다 패기 넘쳐야 할 청춘들이 너무 안정된 삶만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노량진은 어쩌면 장기불황, 청년 실업 100만 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이자, 특수한 장소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이 현실 속에서, 자기가 선택한 길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노량진, 그곳에서 고시 준비생이란 이름으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년들에겐 시련과 좌절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끝나지 않은 희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