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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숫자와 통계

커지는 소득격차… 10명 중 4명 年 1000만원도 못벌어

노동연구원, 2015 소득불평등 보고서


서울 신도림에 사는 A(36)씨는 정기적인 소득이 없다. 거주하는 고시원에서 총무 일을 하며 숙박비를 해결하고, 과거에 일했던 학원에서 연락이 오면 단기 강의를 하는 게 전부다. A씨가 이렇게 일해 버는 돈은 월 50만원도 되지 않는다. A씨는 “여러 해 고시 준비를 하다 보니 취업 때를 놓친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소득이 없어 당장 생활하는 게 빠듯한 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있는 국민 10명 중 4명은 연간 1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벌어 3인가구 평균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20%도 되지 않았다. A씨의 경우처럼 노동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연구위원이 펴낸 ‘소득불평등 현황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소득자(2664만명) 가운데 연평균 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비율은 38.4%(1022만7200명)에 달했다.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21.1%로, 전체 소득자의 60%가량이 1년에 2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개인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을 합한 것으로 사실상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 전부를 의미한다.

나머지 소득 구간별로는 △20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 14.2% △30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 6.9% △40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 6% △5000만원 이상∼6000만원 미만 3.5% △6000만원 이상~8000만원 미만 4.9% △8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2.2% △1억원 이상 2.8%로 나타났다.

저소득자 비율이 절반을 넘다 보니 1년에 6000만원 이상 벌면 소득 상위 10% 수준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벌어들이는 돈이 턱없이 부족해 혼자 벌어 3인가구 평균 지출(4085만원)을 충당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4인가구의 경우에는 14%까지 내려갔다.

홍 위원은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도 가구지출을 감당할 만한 소득을 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연소득 5000만원이면 4인 가구 지출액(4941만원)을 간신히 감당할 수준이지만 소득 분포에서는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분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 집단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8.5%로, 1999년보다 15.6%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50.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41.6%이며 영국 39.1%, 프랑스 30.5%, 스웨덴 30.7% 등이다.

홍 위원은 “영미권 나라에서는 최상위 1% 소득집단의 소득이 다른 집단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득불평등이 증가했지만, 한국은 하위 소득집단의 소득이 정체되면서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