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개선 한계로 미증시 추가상승탄력 제한
한미 경기차이로 증시차별화 지속
1. 미국증시는 여전히 저금리에 힘입어 강세행진 중
최근 미국증시를 움직이고 있는 주된 요인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통화팽창, 오갈 데 없는 유동자금의 증시 유입)에 있는 듯하다. 특히 2014년 이후 3년째 미국증시는 국채금리의 하락 속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 이전의 상황, 즉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이론과 부합되지 않는다. 원래 전통적으로는 채권강세기(금리하락기)에는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은 주가와 채권시장이 동시에 장기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증시와 실물경기의 관계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미 연준(중앙은행, Fed)의 고용시장 평가지표(LMCI : Labor Market Condition Index)를 중심으로 보면, 2014년부터 미 증시와 경기요인 간에는 오히려 역상관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물론 실업률이나 민간 신규일자리 숫자 등 고용의 양적 지표들은 계속 양호하게 흘러 왔지만 근로시간과 임금 등 노동시장의 질적인 면까지 고려할 경우, 미국경기의 실제적인 탄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가 꺾였거나 지금 당장 나쁜 게 아니라 그 회복의 정도가 기대에 비해 임금상승과 소비확대의 연결고리가 약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 올수록 점점 더 그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부진, 임금상승률 제한, LMCI의 둔화 속에 최근 수년 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증시의 주된 동력이 고용(실물요인) 쪽보다는 유동성 요인에 있음을 뜻하고 있다.
향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경기회복에 따른 시장금리의 상승을 전제로 할 때, 즉 더 이상 저금리는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어렵다. 이제는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에 의한 강제장을 기대할만한 자리라는 것이다. 하반기 이후 미 주식시장에서 강세장이 좀 더 연장되려면 고용을 매개로 한 실물경기(소비, 생산, 투자)의 선순환이 필수요건이라는 판단이다.
2. 미국증시 추가상승 여력은? : 현재 기술적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
미증시의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대비 멀티플(주가순자산비율이나 주가수익비율, 즉 PBR이나 PER)은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 7월 말 현재 S&P500의 P/B는 2007년 10월의 2.8배 수준이고 12개월 포워드 P/E는 18.5배로 금융위기 이전 주가 고점기의 16.6배보다 10%이상 높은 18.5배를 기록 중이다. 일단 금융위기 이전의 상당히 좋았던 경기상황에서 기록한 주가 프리미엄이 이미 달성되었다는 점은 미 증시에 아무래도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술적 피로도가 고조된 상황에서 최근 수년간 기업이익은 정체되고 있어(2014년부터 지난 3년간 주당순이익, 즉 EPS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 즉 ROE 정체) 향후 기업이익의 추가개선이 없이는 의미 있는 멀티플 확장은 어려워 보인다.
[그림 5]는 비단 미국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체에서 오직 금리만 낮게 유지되거나 금리가 계속 빠진다면 주가가 무한정 오를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주가 할인율(금리)의 무한하락과 유동성 요인의 고조가 주가를 무한정 부풀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기업이익의 정체와 주가상승에 따른 주가수익비율(PER)의 상승은 곧 주식의 기대수익률 하락을 뜻하므로 무조건 이자율이 제로에 근접하고 심지어 마이너스에 들어간다고 해서 주식 자체의 매력이 무한정 증폭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이익과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높은 일드갭(주식의 기대수익률과 무위험 안전자산 수익률의 차이)은 단지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정보에 그칠 뿐이다. 한편 [그림 6]은 주가상승 과정에서 이에 비례해 규모가 커진 레버리지(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로 인해 만약 미국 증시가 하락(Bear) 전환할 경우 그만큼 높은 주가변동성이 일어날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3. 한미증시 차별화는 적절한가? : 경기탄력 차이로 인해 한국증시 상대약세는 정당
미 금융위기 이후 한미증시(또는 신흥국증시와 선진국증시)의 차별화는 펀더멘털 상 어느 정도는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2009년 이후 양국의 금리차는 상당히 좁혀져 왔고 경기탄력은 격차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양국의 주가성과의 차이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최근 10년간 양국의 장기금리 격차가 축소되어 온 것은 한국의 장기 디플레 압력이 미국보다 더 큼을 뜻한다. [그림 7]은 최근 수년간 한국의 국채금리가 미국의 그것에 비해 더 가파르게 떨어져 왔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양국 경기의 상대강도가 꾸준히 벌어져 온 점은 양국 주가차별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요인이다.
물론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자본투기 측면의 변수가 일시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양국 경제구조에 근원적인 차이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양국 주가의 차별화 현상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증시가 오른다고 똑같이 이에 비례해서 한국증시가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단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이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을 잘 갖추고 상대적인 디플레이션(경기부진) 압력을 극복한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만 단기간에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국(선진국)증시가 오르는 3분기까지는 한국증시의 추가상승을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그 상승탄력은 미 증시탄력에 못 미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한편 만약 하반기에 미증시가 꺾인다면 그것은 경기부진 요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경우(미증시가 대세하락으로 접어들 경우) 글로벌 경기에 노출도가 높은 한국증시는 미증시에 비례해 하락 동조화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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