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6 16:02 | 수정 : 2016.04.26 16:05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서울대 등 명문대생들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초임 연봉이 2500만원 수준이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9급 공무원은 그나마 좋은 자리 축에 속합니다. 서울대 등 이른바 SKY 출신들이 비정규직이면서 연봉은 9급 공무원과 비슷하거나 낮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 기간제 교사들이 그나마 그 자리에서도 밀려날까 걱정하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조현미(가명·여·28)씨.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3월 사회 과목을 담당하는 ‘기간제 교사’가 됐습니다. 기간제 교사는 휴직·파견·연수 등의 이유로 교사 결원이 발생했을 때 고용하는 단기 계약직 교사를 말합니다.
1년 남짓 중등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일명 ‘임용고시’)에 매달렸지만, 조씨는 2차 시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입사도 만만치 않았던 그녀에게 차선은 기간제 교사였습니다.
정규직 교사와 달리 교원 자격증만 가지고 있으면 임용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원 자격증은 사범대 또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사범대를 제외한 대학의 교직과정 설치학과에서 교원양성 과정을 이수했을 때 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졸업했을 무렵 서울 시내 학교 중 사회 과목 교사를 채용한 학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조씨의 동기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고향이나 지방 중·소도시로 떠났습니다. 지방 교사 채용 경쟁률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방에 내려간다고 교단에 선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조씨는 “사범대 선배들 중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해 속만 태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인 예비 초등 교사가 많습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조사 결과 2016년 2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발령을 받지 못한 예비 초등교사는 총 3900여명입니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묻자, 조씨는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조씨는 현재 직장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규 교사는 아니지만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물론 조씨가 처음부터 기간제 교사라도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대학 2학년때만 해도 낮은 보수, 직업의 불안정성 때문에 기간제 교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털어 놓습니다.
조씨의 초봉은 월 200만원 남짓. 계약을 1년 단위로 연장합니다. 조씨의 목표는 2년 동안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스펙을 쌓아, 공공기관에 입사하는 것입니다. 오후 5~6시쯤 일이 끝나면 조씨는 근처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영어 공부 등 스펙을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씨는 "사실 지금 직장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2015년 6월부터 원서만 20곳 넘게 넣었다는 조씨는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 2~3명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면 수십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 채용은 교감, 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임용심사위원회가 서류, 수업 평가, 면접 등을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학교장이 임용하는 방식입니다.
2014년 고려대 사범대를 졸업한 이모(여·32)씨 역시 서울 용산구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 담당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5년 1년 계약으로 시작했던 이씨는 올해 2월 6개월 계약 연장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명문대 출신 기간제 교사가 발에 채인다"고 말합니다.
이 학교에만 SKY 출신 기간제 교사가 이씨를 포함해 4명입니다. 이씨는 "나름 명문대 출신인데, 고용 보장도 없는 기간제 교사라고 학부모들이 수군대는 것 같아 처음엔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이 자신의 출신 학교를 알까봐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씨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적게라도 돈을 벌면서, 교직원 시험을 준비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기간제 교사로 버는 월 180만원으로 학원비를 냅니다. 오후 5시쯤 퇴근해 강남에 있는 영어,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주말엔 교직원 관련 스터디를 합니다. 같은 학교 기간제 교사 2명도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교사의 약 10%' 기간제 교사, 불안정한 계약 문제
기간제 교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2015년 4월 1일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에 채용된 기간제 교사는 4만7000여 명으로 전체 교사 48만9000여 명의 약 10% 수준입니다.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 학교의 기간제 교사는 2012년 4만2000여명에서 매년 1000여명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젊은 교사 사이에서 출산·육아 휴직 등을 자유롭게 쓰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이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기간제 교사는 담임을 맡는 등 정규 교사와 하는 일은 거의 같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교사들은 보통 육아휴직을 1년 씁니다. 이 기간이 바로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입니다. 해당 교사가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은 최대 4년까지입니다.
일부 기간제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냥 참고 삽니다.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단위로 하는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업무가 많거나 학생, 학부모에게 교권을 침해당한다고 해서 학교나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면 금방 소문이 퍼져 그 학교는 물론이고 다른 학교에서도 채용을 꺼립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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