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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론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를 전문 용어로 '콘탱고(contango)' ,<->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 현물 고평가)

머니투데이 문병선 기자 |입력 : 2003.02.19 11:57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를 전문 용어로 '콘탱고(contango)'라고 한다.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고, 다만 '선물(Futures)' 가격이 높게 형성됐기 때문에 미래에 증시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이론적으로 담고 있다.

'콘탱고'가 중요시 되는 이유는 향후 증시의 방향을 예측해 주는 하나의 단초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콘탱고가 발생하면 이론적으로는 미래 증시 상승 기대감을 높여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이를 역이용한 투기 세력 및 헤지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단기간 급상승에 따른 '콘탱고' 발생은 간혹 선물 시장에서나 현물 시장에서 '과열 신호'로 간주되기도 한다.

어렵고 난해한 '콘탱고'이지만 미국에서는 10살 난 꼬마 아이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노는 '게임' 중 한가지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국내에서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브루마블' 게임과 유사하다. 네모난 사각판 위에 16개의 섹터를 노랑색, 파란색, 녹색 등으로 구분 짓고 각각의 섹터에는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기입해 놓았다.

'콘탱고 게임'은 100만 달러를 가지고 시작한다. 플레이어들은 주사위를 굴려 게임을 진행하며 '증시카드'에 따라 주식·선물·옵션 매매 여부를 결정해 나간다. 1000만 달러를 먼저 획득하면 게임의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합성선물이나 차익거래 등 국내 투자자들조차 이해하기 난해한 투자 방법도 게임의 버전이 높아지면서 적용시켰다.

승리의 비법은 주사위의 굴림과 행운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을 해 나가면서 미국 부모들은 주식시장을 이해하고 금융시장을 바로 보며 투자의 방법을 배우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가짜 돈이지만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출발 자금으로 하는 것도 주식 시장이 그만큼 '큰 손'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습득케 해주려는 취지다. 이런 게임을 어렸을 때부터 체득한 미국의 딜러는 현실 시장에서도 그만큼 '승리'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콘탱고 게임'으로 금융시장에 입문한 외인 투자자의 선물 누적 매도 포지션이 19일 2만 계약을 넘어섰다. 증시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선물 누적 매도 포지션이란 앞으로 '매도' 가능 물량이며, 2만 계약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 매물이 쌓였다는 것이다. '매도(숏 포지션)'가 늘면 선물 가격은 하락하고 상태는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 현물 고평가)'에 진입하는 데, 백워데이션에서는 비싼 주식을 팔려는 세력이 많아 현물 지수에는 그만큼 부담이 된다.

이날 개장 직전 잠시 콘탱고 상태를 보인 선물 가격이 이후 오름폭을 축소하며 곧바로 백워데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베이시스는 0.05포인트에서 0.51포인트로 확대되며 콘탱고 기대감을 지우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시장을 받쳤던 프로그램 매수 물량은 현저히 줄고 매도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물 시장에서 13포인트 이상 오르던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41분 현재 오름폭을 급격히 줄이며 3.36포인트 상승한 606.81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된다면 이는 단기 시장 과열의 시그널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시스 콘탱고 전환이 나타나면 숏 플레이(매도) 관점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박성훈 우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2만 계약이 넘는 매도 잔고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어 단기매매 위주로 접근하라"고 권유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지승훈 연구원은 투신권의 선물 순매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 국민은행 자금의 증시 투입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자금 집행 전에 미리 선물을 사두어 매수 헤지 전략에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종합주가지수가 그동안 오름세를 타면서 국민연금 자금으로 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이 돼 미리 선물을 매수함으로써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의 대결 양상을 보이는 선물 시장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물시장은 투자주체별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98억원, 294억원 어치를 순매수 하고 있다. 개인은 899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오름폭 축소에 일조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63계약, 461계약을 순매도하고 있고 기관이 3338계약을 순매수하고 있다.

시총 상위 종목의 오름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장 중 4% 이상 급등한 삼성전자는 2.38% 오르고 있고 SK텔레콤은 0.87% 상승 중이다. 국민은행은 0.59% 하락하며 내림세로 반전했다. KT는 0.54% 오르고 있고 POSCO는 2.14% 내리고 있다.

거래량은 3억3963만주를 나타내고 있다. 전업종이 상승했던 오전과는 달리 내림세로 전환한 종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종이는 0.68% 내리고 있고 철강은 1.14% 하락세다. 전기는 2.00% 오르고 있지만 급등세였던 의료정밀은 보합세로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과 국내외 IT 경기 호전에 대한 모멘텀 미흡, 외구인의 시장참여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적극적인 시장참여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수급 뒷받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IT주, 유통주, 건설주, 증권주 등으로 매매 대상을 압축하는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