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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간

B형 간염, 10년내 23%가 간경화로… 죽기 살기로 관리하라

입력 : 2008.01.15 17:48 | 수정 : 2008.01.16 09:29

간염 바이러스와 평생 동거하려면

분만 시 감염됐다면 백신 접종해도
10% 이상 간염 바이러스 보유

3~6개월에 한번씩 혈액검사 받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도움 안돼

만성 B형 간염은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직감염' 등을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간염 관리를 잘 하면 간암으로 진행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덤으로 건강을 지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단계별 관리 요령을 숙지하고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분만 시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 24시간 내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면 90%는 정상으로 회복된다. 나머지 10%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 무반응 상태(immune tolerance)'가 된다. 대개 20대 초반까지는 이 상태가 그대로 이어진다. 바이러스가 간에 들어와도 간 세포가 이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과 바이러스 사이에 일종의 '평화협정'이 맺어진 것과 같다.

하지만 20~30대에 접어들면 간 세포가 바이러스를 '제거(clearance)'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평화협정이 깨지고, '전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간에 염증이 생기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바이러스는 남아 있으나 별다른 증상은 없는 상태, 즉 '무증상 감염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활성 또는 안정 상태를 반복한다. '휴전'과 '전쟁'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젊은 대학생이 간암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B형 간염(활동성)은 진행 경로가 무척 복잡하다. 우선 약 20%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다시 비 활동 상태로 되돌아간다. 또 간염 치료제를 복용하면 60~70%를 비 활동성으로 되돌릴 수 있다. 대표적인 B형 간염 치료제는 제픽스, 헵세라, 레보비르, 바라크루드, 페가시스 등이다.

하지만 치료 약은 한계가 있다. 약을 먹고 비 활동성으로 되돌린 60~70%의 환자 중 약 절반은 약을 끊으면 다시 활동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결국 약을 끊어도 비 활동성으로 남아 있는 비율은 약 30% 안팎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자연히 좋아지는 사람(20%)보다 약 10% 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약값 부담뿐 아니라, 약의 내성(耐性) 때문에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B형 간염 환자들은 꼭 필요한 때 적절한 기간 동안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한 관리'는 필수다. 첫째, 3~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를 받아야 한다. 1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는 완전한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술은 간염 바이러스가 간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술 자체만으로도 간암의 원인이 된다. 셋째,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피해야 한다.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 식품이나 민간요법 중에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넷째, 간경화가 나타난 사람들은 날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여름에 생선회나 생굴 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간이 건강한 사람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도 치료를 받으면 낫지만, 간경화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간염의 발병 또는 악화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한편 C형 간염은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이 B형 간염과 다르다. 급성 C형 간염은 10~45%가 회복되며, 55~90%가 만성 C형 간염으로 이행한다. 이중 5~20%가 20년 이내에 간경화로 진행한다. 간경화 환자 중에서 8%는 5년 안에 간암, 18%는 간 부전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술을 끊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피하면 사회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입사 때 불이익을 주는 등의 사회적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