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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간

4년 투병 후 간이식으로 새 인생…지금, 숨막히게 행복합니다

입력 : 2008.01.15 17:36 | 수정 : 2008.01.16 13:13

말기 간암 이겨낸 김태환(65)씨

각각 간암과 위암을 극복한 김태환·김춘자 부부.살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암'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끝장 난 줄 알았다. 아내가 위암에 걸렸고, 그렇게 믿었던 아들마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랬는데 이젠 내가 간암이라니….

아들이 내가 근무하던 부대 앞 계속에서 추락사 한 뒤 정년퇴직을 1년 반 앞두고 조기 명예퇴직을 신청해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냥 빈둥대는 게 적적해 친구 건설회사에서 소일 삼아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일이 차츰 늘어났다. 출장횟수도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나오면서 심한 피로감이 몰려 왔다. 그러고 보니 체중도 많이 줄어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간암 말기”라고 했다. 군 재직 당시는 물론이고, 전역 뒤에도 매년 검진을 받았는데 말기 암이라니…. 의사는 “지금껏 받아 왔던 검사로는 작은 간암세포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술 때문인지 간경화가 많이 진행됐다. 수술도 어려우니 당장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 같은 치료가 시작됐다. 암 세포와 연결된 혈관을 틀어 막기 위해 ‘색전술’이란 치료를 했는데, 약이 투입되자마자 심한 구토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됐다. 그 고통이 너무 심하기에 간암에 걸린 의사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그 색전술이었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색전술로도 암이 깨끗하게 사라지진 않았다. 다시 고주파치료를 했다. 보통의 고주파치료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 없지만 나는 암이 잘 보이지 않아 가슴을 열어 간을 노출시킨 뒤 고주파 치료를 하고 다시 집어 넣는 고난위도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12시간 이상 지속되자 아내는 수술실 문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실신했다.

우여곡절 끝에 암은 깨끗하게 제거됐지만 이번엔 간경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간 이식이 필요해 아내, 작은아들, 딸을 검사했더니 딸만 간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집도 가지 않은 딸에게 가슴에 길고 흉한 수술 자국까지 주기는 싫었다. 차라리 죽을 요량으로 뇌사자 장기기증 희망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년을 기다렸지만 뇌사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간경화는 점점 심해졌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하고 생각할 무렵 “뇌사자가 생겼으니 30분내로 병원에 오라”는 전화가 왔다.

꽤 긴 수술이었다. 눈을 떴더니 가족들이 둘러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회복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의사들은 색전술과 고주파치료, 그리고 간 이식까지 골고루 받은 환자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또 간암말기에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버텨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내게 간을 주신 분께 너무나 감사 드린다. 몇 주만 더 늦었다면 나는 사망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몇몇 간이식자들과 함께 장기기증운동에 힘쓰고 있다. 간이식자 협회에서도 간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1주일에 두 번은 궂은일이 많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예쁜 손주들과 아들, 딸들과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의 시련, 내 가족의 긴 시련은 5년 전에 끝이 났다. 터널이 길수록 빛은 밝다고 했던가. 찬란한 태양 아래 숨쉬는 오늘이 숨이 막히도록 행복하다.

>>주치의 코멘트 / 조재원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김태환씨는 99년 간암으로 진단됐다.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 주 3~4회 이상 과음을 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진단 뒤 고주파 치료, 색전술 등 여러 치료를 거쳐 암은 깨끗하게 치료됐지만 간경변 때문에 간이식을 받아야 했다. 간 이식 후 5년이 지났지만 재발 또는 전이 없이 건강하다. 간암은 간 절제 수술, 색전술, 고주파열치료, 간이식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김 씨처럼 한가지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고 쉽게 낙담할 필요가 없다.